김시진 감독, 극적인 역전승 후에도 화낸 까닭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3.17 10: 17

"실수를 줄여야 팀이 강해진다".
지난 16일 넥센 히어로즈는 시범경기 전 마지막으로 치른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4-2로 이겼다. 17일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기분 좋게 치를 수 있는 승리였다.
그러나 김시진(54) 넥센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칭찬 대신 따끔한 질책을 남겼다. 이유는 바로 기본적인 수비, 주루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날 넥센은 1회 2사 1,3루의 찬스를 날렸고 6회 선취점을 얻은 뒤 6회 애매하게 떨어진 적시타와 8회 내야수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김 감독이 이토록 화를 낸 것은 이번 전지훈련 두 달 동안 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기본기'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 때부터 야구의 기본인 '한 점 덜 주고 한 점 더 뽑기'를 거듭 강조해왔다.
이날 넥센은 9회 오재일의 역전 스리런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김 감독은 "한 시즌에 이렇게 이기는 경기가 얼마나 되겠나. 강해지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탄탄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실수를 줄여야 팀이 강해진다. 이렇게라면 두 달 동안 흘린 땀이 아깝지 않냐"며 극적인 역전보다 차곡차곡 쌓는 점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지난 8일 일본에서 두산 베어스와 가진 연습경기에서 3개의 홈런으로 6점을 뽑아 6-2로 승리한 다음에도 김 감독은 "홈런으로 점수를 내는 것도 좋지만 연속 안타로 한 점 한 점 만들어가는 것이 상대방을 더 무섭게 한다"며 선수들에게 '팀배팅'을 강조했다.
김시진 감독은 올 겨울 내내 새로 영입된 선수들보다는 기존 선수들의 성장을 전력 보강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새 선수 몇 명이 잘 하는 것보다 선수들 전체의 기본적인 기량이 얼마나 발전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급상승한 것을 최고의 수확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16일 연습경기에서 보인 선수들의 모습은 아직 김 감독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 보이지 않는 미스플레이와 득점력 부족은 여전히 불안함을 남겼다. 김 감독은 "이제부터는 팬들 앞에서 시범경기를 해야 하는데, '넥센이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것을 팬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요구했다.
지난해 박병호와 심수창의 이적, 스토브리그에서의 이택근, 김병현 영입으로 넥센의 선수층은 한층 탄탄해졌으나 여전히 넥센은 약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역시 기존 선수들의 전력이 아직 약하다는 김 감독의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 김시진 감독이 겨우내 끝없이 주문한 '기본기가 탄탄한 야구'가 올 시즌 넥센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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