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전향’ 리즈, “나 자신을 믿는다. 잘 할 수 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3.17 07: 33

“나 자신을 믿는다. 지금까지는 거의 선발투수만 했다. 이제부터 처음으로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마운드를 밟는다. 잘 할 수 있다. 잘 될 것이다”.  
지난 12일 LG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팀 운용 방향을 밝히며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29)를 마무리로 낙점했다. 취임식 때부터 ‘불펜강화’를 지상과제로 꼽은 김 감독이 선발 두 자릿수 승을 올린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 그야말로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리즈 본인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한국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던 지난 시즌 리즈는 164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 13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 팀의 중심 선발투수로 연착륙했다. 리즈는 28번의 선발등판 중 16번 퀄리티스타트를 달성, 그야말로 믿을 수 있는 선발투수였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 마무리 통보를 받았다. 선발투수만 생각했고 선발투수에 맞춰서 훈련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던 게 사실이다. 사실 그동안 거의 선발투수만 해왔다. 마무리는 이번에 처음하게 되는 거다”.
2011년 1월, LG가 리즈 영입을 발표하자마자 많은 이들이 기대감과 놀라움을 전했다. 무엇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전무후무한 시속 160km를 던지는 투수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리즈가 처음으로 등판한 시범경기부터 취재 열기는 물론 타구단 전력분석원이 총동원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리즈는 3월부터 평균구속 시속 150km대의 막강한 강속구를 뿌렸고 관중들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의 투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구속이었다. 리즈는 2011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됐고 꾸준히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작년 8월 26일 한화전에선 시속 161km 직구를 꽂아 30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구속을 찍었다.  
“빠른 공은 분명 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신기록을 세우려고 공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구속보다는 제구력이 중요하다. 최고 마무리 투수인 마리아노 리베라를 봐도 커터, 투심의 제구력이 완벽하다. 리베라가 공이 빨라서 잘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마음껏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다. 우리 팀의 주키치도 마찬가지다. 구속은 90마일 이하지만 원하는 대로 제구가 이뤄진다”.
분명 LG가 리즈를 마무리로 낙점한 데에는 빠른 공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리즈는 이처럼 자신이 빠른 공을 지녔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팀의 마무리로서 어떻게 투구에 임할 것인지 머릿속에 그려놓았다. 리즈의 생각은 오로지 팀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리즈는 팀 불펜진이 흔들릴 때 불펜 등판을 자처했다. 또한 4강 진출이 이미 좌절된 시즌 후반에도 부상에서 복귀하며 풀 시즌을 치렀다. 리즈는 다시 한 번 제구력을 강조하며 더 나아진 제구력으로 철벽 마무리가 될 것을 다짐했고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내가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지더라도 스트라이크 존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 공만 던지면 상대 타자들만 좋게 해주는 거다. 또한 나와 상대하는 타자들이 내 직구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오기 때문에 구속 보다는 제구력이 중요하다. 높은 공, 낮은 공, 안쪽, 바깥쪽을 마음껏 던질 줄 알아야 타자들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리고 6회 혹은 7회부터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마무리 투수로서 3, 4이닝을 책임지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팀의 지시라면, 그리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내고 말겠다”. 
원래 올 시즌 리즈의 목표는 선발 15승이었다. 전지훈련 도중에도 마무리 전향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선발투수로서 작년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치는 데 중점을 뒀었다. 이제 리즈는 마무리투수로서 삼성 오승환, 한화 데니 바티스타와 같은 철벽 뒷문을 형성해야 한다.
“사실 나는 숫자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구속도 그렇고 선발 승수를 밝힌 것도 그냥 큰 태두리에서의 목표일 뿐이었다. 세이브 숫자도 마찬가지다. 다른 팀 마무리들과 세이브 경쟁이 붙는다면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하루하루 경기를 끝내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즈는 마무리 투수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더 흥분되고 짜릿한 경험으로 다가올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다. 지금까지는 경기 시작부터 마운드에 오르곤 했는데 이제는 다르다. 9회에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올리는 기분이 어떨지 정말 모르겠다. 상상도 안 된다. 그라운드와 덕아웃에 자리한 선수들을 비롯해 모든 관중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될 것이다. 세이브를 올린 첫 순간이 굉장히 짜릿하게 다가올 것 같다. 나 자신을 믿는다. 이제부터는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마운드를 밟는다. 잘 할 수 있다.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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