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벤, '철벽' 울산의 보이지 않는 힘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3.17 07: 44

에스티벤(30)은 울산 현대의 미드필더다. 하지만 기록이 돋보이지가 않는다. 올해로 K리그 3년차인 에스티벤의 총 기록은 70경기 1골 1도움이다. 기록만 봤을 때에는 형편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에스티벤을 질타할 수 없다. 기록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을 울산에 쏟아붇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티벤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 울산의 수비라인이 지난 시즌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에스티벤의 진가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PO) 때 나왔다. 울산은 리그 6위로 간신히 PO 무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울산의 최종 순위는 준우승. 당시 울산의 상승세에는 튼튼한 수비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에스티벤은 수비라인 바로 위에서 울산이 '철벽'이 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에스티벤의 플레이는 이번 시즌에도 변하지 않았다. 상대의 패스 전개를 조기에 차단, 상대가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하게 만들었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수비력이 좋은 선수다. 상대 공격을 잘 차단한다"고 평할 정도.
지난 16일 성남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라운드 홈 경기서도 그랬다. 성남 미드필드진의 패스를 차단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한상운과 그 밑에 나선 공격형 미드필더 에벨찡요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하게 만든 것. 성남으로서는 문전까지 침투도 하지 못한 채 중거리 슛을 남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슈팅은 총 7개였지만 유효슈팅은 2개에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에스티벤은 이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였다. 바로 공격 전개가 좋았던 것. 경기 전 신태용 감독은 "전진패스가 별로다. 옆으로 돌리는 패스는 있지만 전진이 없다. 선수들에게 불안해 하지 말고 붙으라고 주문했다"며 에스티벤의 약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예측은 빗겨났다.
에스티벤은 상대의 공을 낚아챈 후 옆으로 돌리기 보다는 자신의 앞 쪽으로 패스를 넣어주는 모습이 활발했다. 물론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종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패스 성공률은 점차 올라갔고, 에스티벤의 빌드업은 울산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이에 대해 김호곤 울산 감독은 "에스티벤은 우리 선수들이 못 따라갈 정도로 압박을 하는 타이밍이 빠르다. 하지만 공을 빼앗은 뒤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이 아쉬웠다. 그래서 패스를 연결할 때 상황을 판단하고 정확하게 하라고 주문했다"고 답했다. 즉 신태용 감독이 지적했던 약점이 김호곤 감독의 주문으로 사라지게 된 것.
김호곤 감독은 이날 최고 수훈 선수로 에스티벤을 꼽았다. "오늘 득점은 이근호가 많이 했지만, 수훈 선수는 에스티벤이라고 생각한다"며 해트트릭을 달성한 이근호 이상의 활약을 펼친 에스티벤을 한 수 더 높게 평가했다. 기록으로는 전혀 나오지 않지만, 상대 공격진에게 들어가는 패스를 모조리 차단한 에스티벤의 활약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sports_narcotic@osen.co.kr
울산=곽영래 인턴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