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진수완 작가 “욕 많이 먹었다”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3.17 07: 44

소설, 그것도 인기 로맨스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것은 원작의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짊어지는 것과 같다.
시청률 40%를 넘기며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진수완(42) 작가 역시 방영 내내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팬들의 볼멘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로맨스가 약하다는 원작 팬들의 항의에 오죽하면 가위에 눌렸을까. 3개월여 동안 ‘해를 품은 달’이라는 주술로 안방극장을 홀린 진 작가의 못 다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원작이 큰 인기를 누려서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높았다.

모든 대본 작업이 힘들지만 각색은 캐스팅 논란, 원작과의 비교 논란이 추가되는 것 같다. 조금만 잘못 생각하면 원작을 훼손할 수 있다. 거기다 원작자인 정은궐 작가의 소설은 이미 팬덤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잘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작가 생활하면서 먹은 욕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먹은 욕이 더 많았다.
-원작에 비해 로맨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의식적으로 댓글을 안 보려고 했지만 보조작가를 통해 시청자들이 로맨스가 적어서 불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원작의 로맨스에 매력을 느낀 팬들이 많기 때문에 로맨스 비중이 조금만 적어도 바로 압박이 들어왔다. 그래서 촬영 분량이 많아서 내용을 잘라야 할 때 김도훈 감독님에게도 제발 로맨스는 자르지 말라고 부탁했다. 심지어 로맨스 비중 때문에 밤에 잘 때 가위도 눌렸다. 
-정치 담론을 드라마에 담은 이유는 무엇인가?
로맨스 사극인데 정치 사극이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치를 안 다룰 수가 없었다. 이훤(김수현 분)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조선의 왕이다. 왕인데 업적도 없이 사랑만 한다면 멋있을 수 있겠느냐. 세종처럼 한글창제 정도는 해줘야지 멋있는데 그렇다고 온국민이 다 아는 역사나 유명한 야사를 쓸 수는 없었다. 이훤이 세종이나 정조로 보이는 순간 모조품이 되고 그러면 판타지가 깨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혁의지가 강한 젊은 왕이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정치에 대한 담론을 드라마에 배치하게 됐다.
-운이 아닌 양명의 비중을 높인 이유는 무엇인가?
원작에서는 운(송재림 분)이 양명(정일우 분)보다 비중이 크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모든 인물이 하나의 사건 안으로 들어와야 흡입력이 강하다. 소설처럼 한명의 이야기만 계속 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운보다 양명이 하나의 사건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만들기에 좋았다. 운은 속으로만 갈등을 하지만 왕의 자리와 사랑하는 여자를 모두 빼앗긴 양명은 갈등을 겉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는 운이 허연우(한가인 분)를 사랑해서 이훤과 갈등하는 내용이 있는데 연우와의 로맨스를 넣는 것보다 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바뀐 후 캐스팅논란이 불거졌다.
일단 캐스팅이 확정되면 작품에 있어서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임한다. 제작진이라고 시청자들이 원하고 생각하는 배우들을 한번쯤 고려해보지 않았겠느냐. 이 배역은 무조건 이 사람 밖에 못한다고 할 수 있는 배우는 대한민국에 1%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가인 씨가 연기력 논란이 있었는데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 아쉬운 것도 내가 표현한 것보다 잘해서 만족스러운 것도 있다. 한가인 씨라서 특별히 거슬렸던 것은 없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팬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르면 배우에 대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한가인 씨가 아닌 다른 허연우는 상상이 안된다.
-성인이 된 훤과 어린 훤이 만나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뿌리 깊은 나무’에 중년 세종과 청년 세종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와 얼마나 비슷한지는 몰랐다. 사실 훤 장면이 나오기 전에 어린 연우와 성인이 된 연우가 만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 장면을 ‘뿌리 깊은 나무’와 비슷하다고 여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내가 쓴 전작인 ‘경성 스캔들’에서도 송주가 어린 송주와 만나는 장면이 있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많이 쓰는 방식인데 워낙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인기가 있었던 장면이라 그런지 논란이 생긴 것 같다.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 문제가 된 것 같다.
-차기작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늘 있다. 그동안 각색을 많이 했으니까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건 장난스럽게 생각한 것인데 ‘해를 품은 달’ 아역 배우들이 성장한 후 다시 만나 같은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싶다. 성인이 된 후에 그들이 연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 또 후일담처럼 못다한 설과 운의 관계도 살리면 재밌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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