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용인, 이균재 인턴기자] 팀은 2연패로 궁지에 몰렸지만 박정은은 한없이 빛났다.
이호근 감독이 이끄는 용인 삼성생명은 지난 16일 용인실내체육관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2011-2012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2차전 안산 신한은행과 홈 경기서 접전 끝에 72-73의 아쉬운 한 점 차 패배를 당했다.
이날 코트에서 가장 빛난 존재는 26득점 12리바운드를 올리며 승리를 이끈 신한은행의 하은주가 아닌 삼성생명의 박정은이었다. 부상 투혼을 보여준 박정은은 이날 27득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양팀 선수를 통틀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기록에서 나타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올시즌 부상을 내내 달고 살았던 박정은이다. 종아리 부상과 손목 인대가 찢어지며 적잖이 고생했던 박정은은 전반에 입술을 부딪혀 한 차례 곤욕을 치른 뒤 3쿼터 5분 께는 상대편 선수와 공을 다투던 중 코피를 흘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정은은 삼성생명 선수들 중 김계령과 함께 유이하게 40분 풀타임 코트를 누볐고, 실책은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으면서 굿 디펜스는 3개나 올렸다. 이날 박정은이 공수에서 실로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를 선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놀라운 것은 팀이 고비에 빠졌을 때마다 내외곽포를 터뜨리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다. 높은 3점슛 성공률(5/9, 56%)로 신한은행에서 나온 3점슛 개수와 동일한 5개의 3점포를 터뜨렸고, 외곽이 막힐 때는 신한은행의 골밑을 휘젓고 다녔다.
박정은의 이날 득점은 순도 면에서도 200%짜리였다. 특히 1쿼터 종료 3분 여 전 터트린 3점슛은 팀에 17-16의 리드를 안겨준 만점짜리 외곽포였고, 2쿼터서도 하은주의 골밑 장악에 밀려 자칫 경기를 쉽게 내줄수도 있었지만 박정은의 연속 골밑 돌파와 3점포로 분위기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다.
압권인 장면은 경기 후반에 나왔다. 3쿼터 막판 흐름을 내주며 끌려가던 시점에 56-59로 따라붙게 만드는 외곽포를 터뜨렸고, 4쿼터 초반에도 다시 한 번 3점포를 가동하며 66-62로 삼성생명에 승리를 눈앞까지 가져다 준 박정은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용인실내체육관은 박정은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박정은이 이날 보여준 플레이에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도 놀라는 눈치였다. 경기 직후 임 감독은 "정은이가 정말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이)연화가 제대로 마크를 하지 못해 정은이 기를 살려줬다"며 박정은을 제대로 마크하지 못한 이연화를 질책하기도 했다.
비록 동료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과 하은주 봉쇄 실패로 쓰라린 한 점 차의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백전노장' 박정은이 보여준 팀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과 승리에 대한 집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연발시키기에 충분했다.
1 2차전을 연달아 아쉽게 패하며 벼랑 끝에 몰린 삼성생명이다. 2차전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박정은이 3차전서 삼성생명의 승리를 이끌고 4차전이 열리는 안산으로 이끌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PO 3차전은 오는 18일 용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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