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2012년, 대한민국 방송가에는 오디션 프로가 여전히 대세지만 모두 다 웃고 있는 건 아니다. 되는 프로 잘 되고 안되는 프로 쪽박 차는 게 현실이다. 당장 MBC 금요일 '위대한 탄생'은 날개없이 추락하는 중이고 SBS 일요일 'K팝스타'는 매주 상승세를 이어가는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먼저 '위탄'의 몰락이다. '위탄'은 MBC가 케이블방송 엠넷의 '슈퍼스타 K' 대성공에 자극 받아 '짝퉁 오디션' '지상파가 케이블을 베낀다'는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전사적으로 몰아부친 대형 프로젝트다. '슈퍼스타 K'를 넘어서는 거액의 상금을 내걸었고 가요계 최고의 멘토(심사위원)들을 포진시켰다.
그럭저럭 체면치레를 한 '위탄 1'과 달리 '위탄 2'는 시청률과 화제성, 양쪽 모두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 AGB닐슨 집계 결과 17일 방송된 '위탄2'는 전국 11.7% 시청률을 기록, 같은 시간대 KBS 2TV 시사교양 'VJ특공대' 13%에게 뒤지는 수모를 겪었다. 제작비 규모나 투입 인원을 비교할 때 말도 안되는 역전을 당한 셈이다.

더군다나 '위탄 2'는 이날 TOP4가 경쟁하는 생방송 무대였다. 오디션 프로로서는 한창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고 올라가야할 시점에서 거꾸로 몇 주째 쭉쭉 미끄러지는 형국이다. 화제를 모을만한 실력파, 개성파 참가자들의 부재와 오디션 본연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멀리하고 멘토 중심의 감성 스토리에 절대 의존하는 연출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교되는 건 'K팝스타'의 승승장구다. 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생방송에 돌입한 'K팝스타'는 현재 톱8(박지민·이하이·이미쉘·백아연·이승훈·윤현상·박제형·백지웅)의 경연을 앞두고 시청자 사이에서 연일 화두를 쏟아내고 있다. 예선 내내 가파른 상승세를 타다가 생방송 첫 회에서 제작진의 과욕 탓에 잠깐 '삐끗'했지만 2회째부터 문제점을 바로 보완하고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는 순발력을 과시했다.
'K팝스타'는 지난 4년동안 일요일 저녁 예능 최강자로 자리했던 KBS 2TV '1박2일'과 같은 시간에 맞대결을 펼치면서도 줄곧 16~17% 시청률을 올릴 정도로 최근 약진이 두드러졌다. '1박2일' 콤플렉스를 앓고 있던 SBS 예능 입장에서는 꿈과 희망을 안겨준 구세주나 다름없다.
'K팝스타'의 강점은 탄탄한 실력을 갖춘 가수 지망생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게 첫번째고, 두번째는 YG 양현석 및 JYP 박진영 수장, 그리고 SM 보아 등 3인 심사위원이 보여주는 3인3색 평가 및 해설, 마지막으로 군더더기 빼고 깔끔한 진행으로 리얼 오디션의 묘미를 극대화시킨 연출력에 있다.
'K팝스타'는 참가자의 눈물 사연, 참가자들간의 반목, 심사위원-참가자 사이의 교류 등 기존 오디션 프로들이 인공조미료 마냥 펑펑 쏟아부었던 각종 첨가물들을 거의 뺀 대신에 오디션 경쟁에만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재미를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다.
우승자가 심사에 참가한 국내 3대 가요 기획사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한 곳을 골라서 들어갈수 있다는 점도 참가자 VS 참가자, 심사위원 VS 참가자, 심사위원 VS 심사위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과 자존심 대결을 유도하는 중이다.
양현석의 차분하고 정감 넘치면서도 냉철한 평가, 박진영의 전문가적 현란한 수사, 마치 누나 언니같은 보아의 감성 넘치는 조언들이 어우러진 3인 심사위원들의 맛깔진 말 말 말들도 'K팝스타'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다.
오디션 프로가 대세일수록, 시청자들은 더 차별화되고 잘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를 고르는 데 집중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위탄'과 'K팝스타'의 명암 교차 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