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박찬호 효과’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3.17 10: 57

"공에 힘이 있었고, 국가대표 시절 때와 비교해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날씨가 매우 추운 힘든 여건에서 던진 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즌에 들어가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으로 생각한다." (박찬호를 상대로 병살타를 기록한 조인성)
"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좋았다. 볼끝에 힘도 있었다. 안타를 칠 수 있었던 건 추위 때문에 (박)찬호 형의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찬호 형의 퀵 모션이 굉장히 빠르다. 도루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찬호를 상대로 2안타를 기록한 정근우)
"날씨가 추워서인지 해외에서 훈련할 때와 달리 밸런스가 안 잡히더라. 제구력이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준비도 열심히 해왔다." (박찬호 공을 받은 신경현)

박찬호(39. 한화 이글스)는 지난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등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화에 입단한 뒤 국내팀에서 가진 첫 선발 등판입니다. 이날 박찬호의 성적은 2⅔이닝 5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4실점으로 총 63구(스트라이크 36개+볼 27개)를 던졌습니다.
이만수 SK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서 "저 나이에 145km 정도의 공을 던진다는 것은 대단하다."며 "퀵모션이 빠르더라. 1.22초던데 타자들이 타이밍 잡기 힘들겠다. 커터 각이 좋더라. 마리아노 리베라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왼손타자들이 치기 힘들겠다."는 약간은 과장 섞인 평을 했습니다.
한편 한대화 한화 감독은 "별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날씨가 추워서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한 것 뿐이다. 전혀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라며 가볍게 웃어넘겼습니다.
이날 박찬호 투구의 문제점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돼 얻어맞기 좋은 공이 잦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국내 타자들의 타격 솜씨가 근래 향상돼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박찬호 본인은 "아무래도 미국, 일본과 달라 어색했지만 감동이랄까, 감격스러운 느낌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설이 열악해 선수들이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경기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야구장 시설이 아직 뒤처져 있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느낀다. 적응해야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박찬호는 이 같은 생각을 경기에 쓰고 나온 모자 안에도 적는 기발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경기 전 이만수 감독을 만나 자신의 모자 안에 적힌 글을 보여줬는데 모자 속에는 '끊임없이 참고 견디자. 이놈에 환경.'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예민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하여튼 이날 박찬호의 기록은 그를 주목했던 팬들로서는 다소 실망스런 성적표입니다. 박찬호가 선발로 등판할 경우 8승 또는 10승 이상을 기대하는 팬들과 야구인들은 그가 좋은 피칭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의 국내 무대 데뷔로 프로야구, 한화 구단에 미칠 붐-‘박찬호 효과’는 이날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낮 기온이 영상 5도였지만 실제 체감온도는 영하였고 연습경기라 비공개로 열렸는데 경기 한 시간 전부터 팬들이 찾아 500여명이나 관전했고 기자들도 수십명이 몰려들었습니다.
앞으로 박찬호가 상대 타자들에게 얻어맞고 기록이 저조하면 ‘박찬호 효과’는 수그러들 수 있으나 적어도 올 한 해는 많은 팬들이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서, 마음 조리며 야구장을 찾을 것입니다. 우리 나이 사십으로 싱싱한 투구를 하기에는 무리인 박찬호입니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으로 보여줄 게 많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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