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데뷔전' 롯데 김성호, "구름관중에 긴장? 미트만 봤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18 07: 41

"산체스라는 별명, 이제는 빼도박도 못 하게 된 거 같아요. 그냥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사이드암 투수 김성호(23)는 시즌 초반 정대현의 공백을 메워 줄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덕수고-동아대를 졸업한 김성호는 투수 전향 1년만인 2009년 노히트노런 기록을 수립, 대학 최대어 가운데 한 명으로 기대를 모았다. 결국 김성호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3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에 첫 발을 딛었다.
김성호의 장점은 긴 팔에서 나오는 특이한 투구폼과 예리한 변화구다. 캠프 기간동안 꾸준히 좋은 공을 뿌렸던 김성호는 캠프 막판 연습경기서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고 이에 양승호 감독은 "김성호와 김성배 가운데 정대현의 대체자를 찾겠다"고 공언, 1군 개막엔트리 진입을 꿈꾸고 있다. 시즌 돌입 전부터 벌써 최고구속 145km를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도 좋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등판한 공식경기서도 김성호는 거침이 없었다. 김성호는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8회 등판한 김성호는 첫 타자 김현수를 내야 안타로 내보냈으나 이원석-최준석-오장훈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양 감독도 "신인임에도 씩씩하게 잘 던져줬다"고 따로 언급할 정도로 김성호의 투구는 패기 넘쳤다.
처음보는 선수의 호투에 야구 팬들은 그의 이름 석 자를 일제히 인터넷에 검색했고, 때문에 김성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김성호는 "경기 끝나고 집에 와서 갑자기 많은 연락을 받았다. 검색어 1위 한 것도 친구들이 알려줬다"면서 "아직 무슨 일인지 얼떨떨할 뿐"이라고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산과의 일전은 김성호에겐 첫 공식경기였다. 시범경기임에도 구름처럼 운집한 관중들과 중계 카메라까지 돌고 있으니 떨릴법도 했지만 "관중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단지 포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졌다"고 할 정도로 그의 투구는 거침이 없었다.
김성호는 이날 기록했던 21개의 투구 가운데 커브 하나만 빼고 모두 직구를 던졌다. 그의 특이한 투구폼과 생각보다 뛰어난 구위에 두산 타자들은 공을 바라만 봤다. "포수 (윤)여운이가 전부 직구 사인을 냈다. 직구만 던져 좋은 결과를 얻어 더 의미있는 것 같다"고 밝힌 김성호는 "최기문 코치님께서 사인을 내셨다고 들었는데 (직구를 시험해 보고 오라는) 그런 뜻도 있지 않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호의 가장 큰 무기는 특이한 투구폼. 투구 모션에 들어갈 때는 팔이 옆으로 들어가다가 공을 던질 때는 각도가 올라가 스리쿼터 위치에서 공을 뿌린다. 또한 공을 끝까지 감췄다가 나오기에 타자들이 여간해선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다.
그렇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무리가 갈 수 있는 투구폼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성호는 "사실 캠프기간 동안에 투구폼을 바꾸는 게 목표였다. 근데 오히려 타자들이 투구폼 때문에 못 치는걸 보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몸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다. 누가 가르쳐 줘서 된 폼이 아니라 수 없이 공을 던지다 내게 가장 편한 폼을 찾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그의 별명인 '산체스'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손용석이 단지 멕시코 사람을 닮았다는 이유로 처음 붙여준 별명은 선수단의 큰 공감(?)을 얻었고, 결국 모두들 산체스라 부르게 됐다. 처음엔 김성호도 "마음에 들진 않는다"고 했지만 이제는 적응했다고 한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이용훈은 '더욱 멕시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김성호에게 콧수염을 자르지 말 것을 명했고, 덕분에 좀 더 강한 인상을 주게됐다. 김성호는 "원래 대학때도 잠시 콧수염을 길렀는데 이렇게 된 것 그냥 좀 더 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15홀드와 신인왕"이 목표라고 당차게 밝히는 김성호. 정대현이 자리를 비운 롯데 잠수함 군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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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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