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자리를 확보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직 정규시즌은 개막도 안 했잖아요“.
프로농구에서는 길거리 농구를 통해 선수로 발탁되어 뛰는 경우를 더러 볼 수 있다.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오세근(안양 인삼공사)이 중학교 3학년 시절 길거리 농구를 통해 선수로 발탁된 케이스다. 그 외에도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시절에 농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프로에 입단하는 경우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에 야구를 시작해도 ‘늦게 시작한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종목들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운동 시작 시점에 있어 확실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야구판에서 중학교 3학년 시절 야구를 시작해 한 팀의 주전 1루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박종윤(30. 롯데 자이언츠)이다.

제일중 3학년 시절 야구를 시작한 박종윤의 구력은 15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또래들에 비해 적어도 5년은 늦은 출발이었다. 2001년 롯데 입단 시 박종윤은 좌완 투수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으나 입단 후 타자로 전향해 기량 연마에 힘썼다. 그리고 박종윤은 2010년부터 비로소 1군에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점차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입단 동기 이대호(오릭스)가 일본으로 진출한 2012년. 이제 박종윤은 롯데의 주전 1루수로서 야구인생의 새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워낙 1루 수비력이 좋은 데다 어퍼 스윙을 바탕으로 임팩트있는 한 방을 심심치 않게 터뜨리던 박종윤인 만큼 양승호 감독도 그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7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개막전서 박종윤은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2-2로 맞선 6회말 무사 1,2루서 상대 좌완 이혜천의 2구 째 직구를 공략해 우중간 1타점 결승 2루타를 터뜨렸다. 7회에는 신인 사이드암 변진수를 상대로 1타점 쐐기 좌전 안타를 때려내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의 시범경기 개막전 승리를 이끈 박종윤이다.
“시작이 늦었으니까요. 그래서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남들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순박한 표정으로 자신의 야구 인생 시작과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경기 후 박종윤은 “결승타 순간에는 약간 치기 좋게 가운데로 몰려들어온 직구였다. 두 번째 안타는 약간 배트가 늦게 나갔는데 운 좋게 맞아 안타로 이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와 함께 박종윤은 “아직 페넌트레이스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시범경기 동안 차근차근 천천히 더 좋은 모습을 위해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스프링캠프 전에는 주전 2루수 조성환의 1루 겸업 가능성도 제기되었으나 현재 롯데의 강력한 주전 1루수 후보는 바로 박종윤이다. 극단적으로 보일 정도의 어퍼 스윙 스타일의 타자인 박종윤이지만 그는 시시때때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안타와 홈런을 때려냈다. 강팀에 강한 면모를 보인 것 또한 박종윤의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박종윤은 ‘나는 아직 주전 선수가 아니다’라며 손사래쳤다.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시점에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돋보였다.
“풀타임으로 확실하게 뛸 수 있는 체력을 보완해 매 경기 큰 기복없이 좋은 활약으로 시즌 후반기에는 시즌 목표도 수치적으로 정하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주전 선수가 아니라 먼저 자리를 확보해 놓는 것이 우선이라서요”. 성실함이 만든 프로무대 1루수 박종윤은 겸손한 마음으로 2012시즌 개막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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