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박한이(33, 삼성 외야수)의 표정은 진지했다. 작년의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독기를 품은 듯 했다.
박한이에게 공격형 2번 타자는 다소 낯선 자리였다. 흔히 2번 타자에게는 작전수행 능력이 요구된다. 보내기 번트, 팀배팅 등 작전 뿐만 아니라 득점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까지 소화한다. 그래서 박한이는 "어떻게 보면 중심 타선보다 어려운 위치"라고 힘겨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한이는 지난 시즌을 되돌아 보면서 "작년에는 너무 크게 치려고만 했다. 내 페이스대로 하다 보면 좋은 타구가 나오고 중심 타선에 찬스를 이어주는데 장타를 의식해 밸런스가 무너졌다"며 "그래도 한해동안 경험하면서 2번 타자에 대해 많이 깨달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의 2번 타자는 '공격 야구의 열쇠'라고 표현할 만큼 중요하다. 류중일 감독이 추구하는 화끈한 공격야구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박한이는 "2번 타자는 희생 타자다. 중심 타선에 득점 찬스를 연결시켜주고 뒷받침하는게 내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겨우내 배드민턴을 통해 체력을 다진 박한이는 "어깨도 좋아지고 순발력도 향상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한국시리즈 우승이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부진했던 부분을 만회하고 싶다. 그래도 박한이 그러면 3할 친다고 생각하잖아. 나 혼자만의 생각인가"라고 웃은 뒤 "내 이름에 걸맞게 3할 타율을 달성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박한이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 3타수 2안타(1볼넷) 3득점으로 8-3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5회 좌중간 2루타, 7회 우익선상 2루타 등 타구의 방향도 다양했다. 세 차례 출루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에도 박한이에게 공격형 2번 타자의 중책을 맡길 예정.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박한이다운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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