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무승이다. 시즌 2무 1패. 아직 3경기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지난 시즌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승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 그렇지만 부산 아이파크에 질책을 던져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항상 승리하길 원한다. 하지만 항상 승전보만 들을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더 잘 안다. 한 팀이 웃는다면 한 팀은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승부의 세계인 것.
이러한 승부의 세계는 돈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큰 돈이 들어간다'는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공식이다. 멀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가 있고 가까운 중국의 슈퍼리그를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K리그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부산은 그렇지 못하다. 예산 규모가 시·도민 구단 수준이라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선수단의 연봉 총액이 시·도민 구단보다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단이 사용하는 금액의 규모를 봤을 때 부산의 순위는 하위권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부산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5위를 했다. 자신들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구단들을 당당하게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 하지만 부작용이 따랐다. 선수들이 맹활약을 한 만큼 그에 충족하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 몇몇 선수들은 더욱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으로 떠났다.
부산은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떠난 선수들의 전력을 완벽하게 메울 수는 없었다. 전력을 100% 메운다는 건 애시당초 말이 안 되기 때문. 비슷한 기량의 선수라면 몸 값의 차이는 없어서다. 즉 이번 시즌을 앞두고 들어온 선수들은 떠난 선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소리. 결국 부산은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화됐다.
부산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상 선수가 잇달아 발생한 것. 특히 수비진의 구멍이 만만치 않다. 비시즌에 합류한 여효진과 기존의 이요한과 황재훈이 동계훈련 기간 무릎을 다쳐 시즌 아웃에 가까운 부상을 당했다. 당초 포백 포메이션을 구상하던 안익수 감독은 생각을 되돌려 기존의 스리백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비진의 조직력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 특히 지난 17일 포항전에서는 중원에 기용되던 김한윤을 수비로 내리기까지 했다.
부산은 이번 시즌 목표를 8강 이상으로 잡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노린다고 밝히고 있다. 운영비는 리그 하위임에도 안익수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선수가 부족해서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말은 절대 꺼내지 않는다. 없으면 키워서 주축 선수로 만들겠다는 것이 안익수 감독의 생각이다.
안익수 감독이 항상 '비전'과 '발전'을 입에 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무승에도 안익수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이 팀의 중추적인 일원이 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그리고 부상에서 선수들이 돌아오면 지금보다, 그리고 2011년보다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진 고무적이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부산은 이번 시즌 수원 제주 포항을 상대로 2무 1패를 기록했다. 3팀 모두 부산보다 훨씬 많은 운영비를 사용하는 팀이다. 선수단의 연봉 규모 차는 더욱 크다. 그 차이만 생각했을 때 부산은 3패를 당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부산의 연속 무승을 부진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팀이 어렵고 기량 차이가 있음에도 조직력과 전술로 그 차이를 좁혔다. 과연 부산을 질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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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곽영래 인턴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