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미 여신', '첫사랑의 아이콘' 미녀스타 전지현이 4월의 신부가 된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동갑내기 훈남 연인과 오는 4월 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전지현의 결혼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지난 날의 전지현을 되돌아본다. 풋풋했던 여고생의 모습에서부터 그림같은 긴 생머리가 흩날리는 영화 속 아름다운 장면, 걸죽한 육두문자에 담배를 꼬나문 이색적인 모습까지.
하지만 그녀에 대한 대표적인 기억과 이미지는 대부분 데뷔 시절의 작품들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완벽한 S라인을 과시하며 현란한 춤을 선보이던 CF 속 이미지를 제외하고, 대중이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전지현은 1999년 드라마 '해피 투게더'와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모습이다. 2000년 영화 '시월애' 역시 종종 아련하게 추억에 잠기게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강렬한 이미지를 지워내지 못한다. '엽기적인 그녀'는 아직까지 그녀에게 절대적인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전지현은 다작 배우는 절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연기변신을 해 왔다. 심리적 공포가 인상적이었던 '4인용 식탁', '엽기적인 그녀'의 프리퀄 스토리인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정통 멜로 '데이지', 수수한 민낯으로 가장 강력한 변신이라고 할 만한 모습을 보여줬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뱀파이어 헌터로 분했던 '블러드', 리빙빙과 호흡을 맞춘 '설화와 비밀의 부채'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작품에 출연해왔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만큼 전지현만의 존재감을 보여주기엔 흥행 혹은 작품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흥행 실패 이후 해외에서 활로를 찾았기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처럼 국내 대중에게 심리적으로 멀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전지현은 이미 그 가치가 소멸돼 버린 신비주의의 이미지를 아직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지현씨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것이 13년 째다. 내가 보기에 최고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많이 배우거나 못배우거나,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어떤 역이든 모두 어울린다. 외모에 선입견이 없다"라며 "그러나 전지현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비해 작품은 다양한 역을 못한것 같다. 그래서 전지현과 함께 일하고 싶다"라는 장진 감독의 말은 비단 장진만의 아쉬움은 아닌 듯 하다.
전지현은 굉장히 많은 얼굴이 있는 배우다. 굉장히 유연하게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며, 배우로서의 열정 또한 굉장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좀 더 국내에서 다작을 했으면 좋았을 법한 배우가 전지현이다.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데, '엽기적인 그녀' 이후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사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전지현 보다 대중이 그에게 더 보길 원하는 것은 다시한 번 보는 사람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작품 속 새로운 모습일 지 모른다. 결혼을 통해 그의 연기 인생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까? 다행히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 오는 여름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서는 섹시하면서도 톡톡 튀는 매력의 도둑으로 변신하고, 결혼과 맞물려 굵직한 연기파 배우들인 하정우, 한석규, 이정재 등과 함께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을 촬영 중이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