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초강세가 이어지는 올해 극장가에서 첫 사극 대작 '가비'가 부진을 면치못해 영화인 화두에 올랐다.
김소연 주진모 박희순 등을 주연으로 앞세운 '가비'는 명성황후 시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아관파천 당시를 배경으로 고종(박희순 분)과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김소연 분), 그리고 그녀를 목숨보다 사랑한 이중스파이 일리치(주진모 분)의 달콤쌉쌀한 스릴러 멜로. 올해 첫 사극영화인 동시에 커피를 주 소재로 삼은 첫 한국영화로 기록됐다.
지난 15일 막을 올린 '가비'는 개봉 첫 날 전국 2만 3834명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해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선균 김민희의 현대판 스릴러 멜로 '화차'가 흥행몰이를 하는 와중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지 못했다. 이날 '화차'는 전국 6만 7196명을 모아 누적관객수 100만 5888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요즘 극장가 흥행판도는 개봉 첫 날이나 첫 주보다 이틀째, 2주차 성적에 더 포인트가 모아진다. 제작사 마케팅에 좌우되는 첫 날, 첫 주 보다는 관객 입소문에 좌우되는 2주차 기록이 사실상 롱런 여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가비'는 계속 불안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말인 17일 박스오피스에서 ‘화차’는 하룻동안 24만 9231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수 135만 4338명을 기록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외화 ‘크로니클’이 전국 8만 9914명으로 2위, 그리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이 3위에 올라서면서 ‘가비’는 오히려 한 계단 내려갔다.
'가비'는 명장 장윤현 감독의 작품으로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크게 화제를 모았던 작품. 또 김탁환의 베스트셀러 '노서아가비'를 원작으로 한 영화여서 스토리도 탄탄할 것으로 기대가 컸다.
고종황제의 커피 암살사건에 촛점을 맞춘 원작과 달리 영화는 러시아 벌판을 휘젓고 다니는 따냐(김소연)의 모험담을 상당부분 잘라냈다. 대신에 따냐와 고종황제(박희순), 일리치의 삼각관계(?)가 펼쳐지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주 무대를 옮기면서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묘사는 살아났지만 원작의 웅장함과 역동적인 맛은 줄었다.
무엇보다 팩션이나 실화, 그 어느 쪽으로 확실히 노선을 정하지 못한 어정쩡한 자세가 극 전체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배우들의 열연과 아름다운 영화 미술은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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