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사랑하는 동생이자 연적이자, 함께 작품을 이끌었던 주역 훤 역의 김수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수현이랑은 동갑 친구예요. 이번 작품 하면서 좋은 친구를 알게 됐고 친해진 것 같아 좋아요."
작품 초반에는 처음 만난 데다 동갑내기 주연 배우들끼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까지 더해져 편하지 만은 않은 사이였을 터.

"수현이랑 재림 형이랑 셋이 처음 대면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때는 솔직히 안 친했고요. 어색했죠. 하하. 그런데 두 번째 우리 둘이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신이 있었어요. 그 때부터 서로 마음이 잘 열린 거 같아요."
양명이 죽는 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그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 이들이 바로 훤과 운 아닌가.
"작품을 하면서 죽는 연기를 해본 적도 별로 없긴 하지만..(SBS 드라마 '49일'에서도 죽는 역할이긴 했다) 이번처럼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와... 그 기분이 참 말할 수 없이 다르더라고요. 옆에서 수현이랑 재림 형이랑 다 엉엉 우는데, 저도 같이 눈물이 너무 났고... 컷 소리 나고 나서도 감정이 제어가 안 되는 거예요. 수현이랑 다 같이 엉엉 울었어요. 촬영장에 있던 스태프나 배우 분들 모두 울음바다가 됐죠."
세 사람은 촬영 중간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현장 스태프의 증언에 의하면 대기 시간이 생길 때마다 수다를 떨고 서로 장난을 치며 또래 남자들 친해지듯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수현이가 연기 욕심이 장난이 아니에요. 저도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 연기 호흡을 떠나서 그런 이야기들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동갑이라서 편하고... 수현이는 참 특이하고 재미있는 친구죠. 재림이 형도 우리보다 3살이 많은데 편하게 잘 어울렸어요."
그래서 세 사람은 바쁜 와중에서도 몇 차례 가볍게 맥주를 마시거나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제 작품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자주 연락하며 계속 친하게 지낼 생각이란다.
그렇다면 짝사랑 상대였던 연우, 한가인과는 어땠을까. "좋은 누나예요. 먹을 것도 잘 사주시고 성격도 아주 털털해요. 재미있게 잘 지냈던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 시사회에 와달라고 초대를 해줘서 다녀오기도 했어요."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피곤함 보다는 여전히 에너지가 솟구쳐 올라오는 느낌이다. 사실 작년부터 드라마 '49일', '꽃미남 라면가게'에 이어 이번 '해품달'까지 제대로 쉬어 본 적 없이 마치 경주마처럼 달려왔던 그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다고 토로하면서도 하반기에는 또 작품을 할 생각이란다.
"뉴욕에 화보 촬영이 있어서 다녀올 거고요. 일본에서 팬미팅도 열기 때문에.. 한동안은 한국에 없을 것 같네요. 외국 일정 소화하고 잠시 쉬고 나면 또 작품 하나 들어가야죠. 이번엔 좀 더 센 걸로 해볼까요? 하하하."
다음 작품은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사랑'(2007) 이후 아주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일단 영화든 드라마든 이제는 더 다양한 역할에 욕심을 내볼 생각이란다. '해품달'을 끝내고 나니 확실히 한 뼘은 훌쩍 더 자란 느낌이다. 아무래도 이전보다 자신감도 생겼을 것이고 용기도 더 얻었을 테다. 더는 '하이킥' 속 철부지 고딩이 아닐뿐더러 연기력 논란 꼬리표도 이제는 확실히 떼어낸 탓 아닐까.
'해품달' 촬영을 하면서 파스타가 너무나 먹고 싶었다는 배우, 친구들과 맥주 한 잔하며 수다 떠는 게 즐거운 20대 청년, 난생 처음 찾아가보는 뉴욕 생각에 들뜨기도 하는 남자 정일우가 그 다음 연기할 인물은 어떤 사람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다친 손가락에 흉터는 조금 남더라도, 그에게 그만큼 잊지 못할 작품이 된 것 같다. '해품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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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판타지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