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하은주 대비책? 트리플팀도 불사할 생각이다".
이호근 감독은 단호했다. 그만큼 하은주(29, 202cm, 신한은행)의 존재감은 컸다.
지난 18일 용인실내체육관서 벌어진 '신세계 이마트 2011-2012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서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생명은 64-56으로 승리, 가까스로 시리즈 전패를 끊고 승부를 4차전으로 이어갔다.

1, 2차전에서 그랬듯 이날도 신한은행은 후반전에 엄청난 기세로 삼성생명을 괴롭혔다. 전반까지 두 자릿수 점수차의 충분한 리드를 잡아나갔던 삼성생명은 후반 들어 신한은행의 추격에 따라잡혀 동점까지 허용했다.
강영숙 최윤아 김단비가 후반 들어 살아난 신한은행은 이날 극도로 부진했던 외곽슛(20개 중 3개 성공, 성공률 15%)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승부는 골밑에서 갈렸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야투 성공률을 높인 삼성생명이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
삼성생명은 힘 좋은 이선화가 1대1 매치업으로 붙고 김계령과 박정은, 때로는 김한별이 트랩으로 더블팀을 이루며 하은주를 막았다. 2쿼터 5분, 그리고 3쿼터 풀타임과 4쿼터 8분을 뛴 하은주의 이날 기록은 10득점 6리바운드. 삼성생명으로서는 하은주 봉쇄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은주를 완벽히 막았다고는 할 수 없다. 전반까지만 해도 삼성생명은 리바운드에서 신한은행을 웃돌았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양 팀의 리바운드 스코어는 37-33으로 신한은행이 앞섰다. 하은주의 후반 투입 이후 골밑에서 신한은행이 살아났다는 반증이었다.
하은주가 골밑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삼성생명은 힘들어졌다. 이날 드러났 듯 하은주(6리바운드)를 묶는다고 해도 문제다. 수비가 하은주에 집중된 사이 강영숙(11리바운드)이 골밑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강영숙도 하은주 못지 않은 리바운드 능력의 소유자인 만큼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에 대한 대비책을 물으면 결국은 하은주에 대한 대비책이 답변으로 나온다. 베스트 5가 안정된 전력으로 충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신한은행이지만 '식스맨' 하은주는 상대팀을 두렵게 하는 필승의 조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하은주 카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신한은행을 상대하는 팀의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4명을 다 막을 수는 없다. 외곽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성공)확률이 높은 골밑을 막아내도록 하겠다"던 이호근 감독은 이날 경기로 이선화 매치업이라는 효과적인 하은주 봉쇄의 실마리를 얻었다. 남은 4, 5차전에서 과연 이 실마리가 어떻게 풀릴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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