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규 “한국의 오구리 슌? 저야 감사하죠” [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3.19 14: 15

엄친아를 가까이 두지 마라. 평화로운 학창 생활과 사회 생활을 위한 지침이다.
키 188cm(어쩌면 190cm), 키가 크면 머리도 같이 커져야 하건만 몸만 자라서 10등신 귀한 비율이 됐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검도로 전국 규모 대회에 나가 1위를 차지했으나 취미를 일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후 모델로 활동하다 연기가 하고 싶어 나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실력파 도전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상, 신인 배우 유민규는 간단한 프로필만으로도 타인에게 본능적인 경계를 품게 했다. “한때 전도유망한 장구 꿈나무였다”던 유민규는 “공부할 머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어려서 깨달았기 때문에 제가 재능을 가진 분야에서 더 열심히 하기로 결심했던 것뿐이다”는 겸손한 멘트로 상대방을 진정시켰다.

20일 종영을 앞둔 tvN 월화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극본 서윤희, 연출 이권)에서 유민규는 바람둥이 꽃미남이자 안구정화의 베이시스트 김하진으로 출연했다. 극중 김하진은 자신이 사모하던 톱스타 김예림(김예림)이 안구정화의 멤버 이현수(엘)에게 남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된 후 다크 하진으로 변신,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무형문화재 꿈꿨던 15살 유민규, 이제 배우를 꿈꿔요.”
현장에서 ‘닥치고 꽃미남 밴드’ 안구정화의 멤버 성준, 엘, 서경종, 이현재, 유민규는 사이가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쉬는 시간 틈틈이 모여 깨알 같은 수다를 나누고 여유가 있을 때는 가벼운 술자리를 통해 친분을 쌓았다. 연기 경력이 길지 않은 다섯 남자가 만났다는 점도 마음을 여는데 일조했다.
“좋은 작품 만나서 기분이 좋았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끝났다는 점도 다행스럽고요. 나이들이 비슷하니까 촬영할 때는 친구처럼 지내고 ‘컷’ 소리가 나면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죠. (서)경종이가 자꾸 맞먹으려고 하는게 문제인데요.(웃음) 농담이고 다들 귀엽고 좋아요.”
유민규의 원래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장구연구가 김덕수의 사물놀이패의 단원으로 호주에서 열린 공연에도 참가했던 그는 국립국악중학교에 진학, 무형문화재를 꿈꾸던 국악 청년이었다.
“그 때 저는 장구가 제일 좋았거든요. 어느 날 큰 누나가 모델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를 해오면서 우연치 않게 이 쪽 일을 접하게 됐죠. 장구 공연을 하고 무대에 오르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잖아요. 제가 무의식적으로 그런 환경을 노출되는 걸 즐겼었나 봐요.”
 
“발가락 없어질 것 같이 춥던 촬영장, 즐거웠어요.”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1, 2회 배우 이민기의 특별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민기는 단 2회 방송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안구정화라는 이름에서는 5명의 배우와 함께 이민기의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민기 선배가 모델 출신이잖아요. 같이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바람이 빨리 이루어졌어요. 이민기 선배 덕분에 안구정화라는 록밴드의 콘셉트, 방향이 잡혔던 것 같아요. 음악, 대사, 분위기 같은 것들의 설정을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서 잡아오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유민규는 감정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14회에서 사랑 때문에 이현수와 갈등을 겪던 김하진이 눈물을 떨구며 감정을 삭이던 모습은 유민규의 가능성을 가늠케 했다. “감독님께서 배우들이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몸을 낮춘 그는 “몰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제가 의도했던 것처럼 눈물이 나와주었고 감정이 연기를 방해하지도 않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의 촬영에서 최고의 복병은 바로 추위였다. 한 마디로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냉기”가 가득 찬 현장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2회에서 싸우는 신이 있었어요. 그게 이번 겨울 중 가장 추웠던 날 촬영된 장면이거든요. 야외에서 네 시간 동안 싸우고 났는데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설상가상으로 시멘트 바닥이라 냉기가 바로 발로 전해졌어요. 진짜 힘들었죠. 덕분에 서로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느라 많이 친해지긴 했지만요.(웃음)”
 
“모델 출신 편견 깬 차승원, 강동원 선배, 닮고 싶어요.”
신인 배우 타이틀을 달고 있는 유민규지만 이제는 무대에서 있었던 실수담을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데뷔 5년 차 모델이기도 하다.
“디자이너 한상혁 선생님의 쇼로 데뷔를 했는데 처음부터 메인 모델이 되는 영예를 안았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긴장했을지. 그래서 옷을 뒤집어 입고 나갈 뻔 했어요. 다행히 런웨이에 오르기 전에 발각이 돼서 옷을 다시 입었는데 순서가 바뀌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죠.(웃음)”
“모델로서 정점을 찍어 보고 싶다”는 목표와 “모델 출신 연기자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편견을 깨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유민규는 드라마 종영 후에도 쉴틈이 없을 것 같다. 배우 유민규, 모델 유민규. 두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쟁이이기 때문이다.
“요즘에 일본 배우 오구리 슌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요. 저도 오구리 슌이 출연한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무척 기분 좋은 칭찬이죠. 감독으로서도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잖아요. 그런 열정을 닮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강동원, 차승원 선배를 닮고 싶고 좋아하고, 존경해요. 모델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었고 배우로서도 자기만의 색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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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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