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태군(23)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김태군은 지난 17일 삼성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주전포수 마스크를 썼다. LG 김기태 감독은 겨울 내내 2군에만 머물렀던 김태군을 두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려고 한다. 이번 겨울에 여러 가지 느꼈을 것이다”며 “이제 동일한 기회를 주겠다”고 김태군이 주전포수 경쟁에 합류했음을 전했다.
김태군에게 올 겨울은 유독 추웠다. 주전포수 조인성이 FA로 이적할 때만해도 지난 4년 동안 백업포수 역할을 해온 김태군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1월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하며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2차 체력테스트에선 합격점을 받았지만 이미 전지훈련에는 5명의 포수가 경쟁하고 있었고 김태군이 들어갈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좌절하지는 않았다. 2군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9일 고양 원더스와 2군 연습경기에 나선 김태군은 “자만했고 스스로에게 나태했다. 생각해보니 누구를 원망할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이제는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졌다”고 웃었다.
김태군이 프로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고졸 포수 2년차에 불과했던 2009시즌 8월부터 꾸준히 주전포수 마스크를 썼다. 어린 나이에도 수준급 볼배합을 펼치며 상대 타자들을 당황케 했다. 타석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진 못했지만 20세 포수에게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한 활약이었다.
활약이 지속되지는 않았다. 발전은 정체됐고 기회도 사라져갔다. 주전 포수 조인성이 맹타를 날린 반면 김태군의 최대 약점이던 타력은 제자리였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선발 출장은 약 20번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팀은 꾸준히 포수자원을 보충했다. 지난 2년 동안 심광호·윤요섭·유강남·조윤준·나성용 등이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백업포수 경쟁조차도 버거워졌다.
프로 5년차를 맞이하는 올 시즌은 준비과정부터 삐꺽거렸다. 그러나 김태군은 시범경기를 앞두고 “전지훈련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국내에서 마음을 다잡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그냥 지금으로선 1군 투수들의 볼을 너무나 잡아보고 싶다. 시범경기에서 1군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목표다”고 말했고 결국 첫 시범경기부터 기회를 잡았다.
17일 삼성전에서 팀이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2루타 하나를 날리며 3타수 1안타를 쳤다. 무엇보다 그토록 바라던 1군 투수들의 볼도 8회까지 받았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포수진에 대해 “시범경기까지 경쟁시켜서 정할 계획이다. 베테랑을 기용하면서 젊은 포수들도 함께 키울 생각이다”고 했다.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23세의 젊은 포수 김태군의 경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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