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긴 잠 깨고 드디어 방망이 잡는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20 06: 30

"내일(20일)부터 티배팅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외야수 손아섭(24.롯데 자이언츠)의 목소리는 최근 몇 달 가운데 가장 밝았다. 지난해 12월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야구인생 최고의 정점에 올랐던 손아섭. 하지만 연말 연봉협상 진통과 왼쪽 어깨통증에 따른 훈련 스케줄 미달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이판 캠프에서 오른발 봉와직염에 감염됐고, 결국 가고시마 캠프에는 합류하지 못한 채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싣어야 했다.
2월 초 봉와직염 수술을 받았던 손아섭은 당초 본격적인 훈련 재개까지 예상 시간을 2주에서 3주로 잡았다. 회복 속도에 따라서 경과가 좋다면 막판 가고시마 캠프 합류도 점쳐졌었다. 그렇지만 손아섭의 바람과는 달리 오른쪽 발 염증은 그를 쉽자리 놔 주지 않았다. 때문에 그의 캠프 합류는 불발됐고, 상동 구장에서 가벼운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겨울동안 겨울잠을 잤던 손아섭이 기지개를 켠다. 손아섭은 19일 서울에 있는 발 전문 정형외과를 찾아 다시 검사를 받았고 이제 많이 회복됐으니 훈련 강도를 높여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 병원에 와 보니 완치까지 6주 걸리는 게 보통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지난번 병원에서는 일반인 기준으로 2~3주를 이야기했다. 그냥 걷기까지는 그 정도면 되지만 운동선수는 당연히 더 오래 걸리는 것"이라면서 "완치까지 6주가 걸리는 줄 처음부터 알았으면 덜 조급했을 것이다.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손아섭은 "이제 정말 많이 좋아져서 훈련 스케줄을 더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는 "내일(20일)부터 티배팅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부상 때문에 겨울동안 운동을 제대로 못 했다. 캠프도 제대로 소화 못 했으니 이제부터라도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열심히 운동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또한 복귀 시기에 대해 그는 "전경기 출장이 목표였으니 개막전에 꼭 나가고싶다. 그렇지만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선 4월 중순이나 말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올 시즌 체력안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아섭은 "캠프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시즌 중후반이 문제다. 시즌 초반엔 체력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지만 결국엔 힘이 빠지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올 시즌 관건이다. 때문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체력 보강도 많이 하고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확고부동할 것으로 보였던 손아섭의 우익수 자리. 그렇지만 그가 자리를 비운사이 주전 진입을 노리는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며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양승호 감독 역시 "손아섭이 복귀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여러가지 시험을 해 봐야한다"며 시범경기에서 시즌 초반 대체자 찾기에 돌입했다.
자칫 어렵게 잡은 주전 자리를 놓칠 위기다. 손아섭은 돌파구를 주전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각오에서 찾았다. 그는 "난 매년 주전경쟁을 한다는 생각이다. 작년 성적이 좋았다고 결코 주전 자리를 굳혔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면서 "다만 보여준 것이 있으니 다른 외야수들보다 조금 더 앞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캠프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다시 도전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역시 '악바리' 손아섭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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