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펑펑‘ 노경은, 두산 허리 믿는 구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20 06: 31

지난 시즌 활약이 없었더라면 그저 기대감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으로 팀의 필승 계투로서 맹활약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두산 베어스 10년차 우완 노경은(28)이 150km대 광속구를 연신 던지며 김진욱 감독의 미소를 자아내고 있다.
노경은은 지난 1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 2차전서 4-0으로 앞선 6회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 150km를 수 차례 던질 정도로 볼 끝이 묵직했고 140km대 초반의 슬라이더는 물론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도 잘 들어갔다. 25구 중 스트라이크 18개, 볼 7개로 제구도 좋았다.
이에 앞서 노경은은 14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서도 1이닝 동안 탈삼진 1개를 곁들여 10구(스트라이크 8개, 볼 2개) 삼자범퇴로 호투했다. 이날도 노경은의 직구는 150, 151을 전광판 스피드건에 연신 찍어댔다.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많은 기대 속에 1차 지명 입단했으나 팔꿈치 수술, 병역 의무 이행, 제구난 등으로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했던 노경은은 지난해 44경기 5승 2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17을 기록했다. 성적표만 보면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었으나 이것은 노경은이 필승 계투만이 아닌 추격조, 롱릴리프 등 전형적인 하위팀 계투처럼 여러 보직에서 등판해 얻은 결과다. 지난해 8월 잇단 연투가 아니었다면 노경은의 성적은 더 좋았을 수도 있었다.
시즌 중후반 연투로 인해 지난해 9월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조기마감한 노경은은 비시즌과 스프링캠프서 밸런스 및 어깨, 팔꿈치 근력 강화에 힘썼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서 무릎 통증으로 다소 상승세가 지체되기도 했던 노경은이었으나 그는 일본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에서도 140km대 후반 직구를 펑펑 던지며 현장 관계자들을 기쁘게 했다.
“스피드보다는 밸런스를 잡아놓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무릎은 많이 나아졌어요. 가끔 아플 때 테이핑을 탄탄하게 하면 거의 정상적으로 변하니까요”. 주축 셋업맨 정재훈(32)이 어깨 통증으로 인해 시즌 시작을 다소 늦게 하는 만큼 노경은이 정재훈이 돌아오기 전까지 셋업맨 노릇을 해야 한다. 이 가운데 노경은의 시범경기 초반 페이스가 좋다는 점은 코칭스태프가 기뻐할 만 한 일이다.
팬들의 기대에 어긋날 당시 비난도 많이 받았던 노경은. 그러나 노경은은 갖고 있는 재능이 많은 투수다. 묵직한 구위는 물론 빠른 발을 바탕으로 신속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견제 동작도 나쁘지 않다. 투수 수비 기본기는 거의 100% 갖춰 놓은 선수인데다 야구를 임하는 마인드도 지난해를 거치며 더욱 탄탄해졌다. 존경하던 지도자 김진욱 신임 감독의 존재도 노경은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내심 언젠가 우리 팀을 맡아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께서 감독으로 자리하셨으니 정말 열심히 해야지요. 선후배와 똘똘 뭉쳐서 김 감독님 재임 기간 동안 팀 우승 그 이상의 무언가를 확실하게 선사해드리고 싶습니다”.
그가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하던 2011년 초. 노경은은 전지훈련 출국을 앞두고 대뜸 “점괘를 보았는데 ‘장수가 드디어 칼을 뽑는 시기가 올 것이다’라고 해서 굉장히 기뻤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노경은은  150km 이상의 묵직한 직구와 최고 144km에 이르는 슬라이더 등 날카로운 칼들을 손에 쥐고 점차 팀의 1군 필승계투 요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