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게 올 시즌 예상 구도를 묻자 "8강 8약"이라고 대답했다. 모두 강하고 모두 약할 수도 있다는 의미. 시즌에 돌입하면 변수가 많기 때문에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바 있다. 지난해 3관왕에 등극한 삼성은 올 시즌 1강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우승 전력에 누수가 없고 '국민타자' 이승엽까지 가세해 더욱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게 중론.
▲좋은 변수 있으면 강팀, 나쁜 변수 있으면 약팀
류 감독은 "김인 사장님께서 '8강 8약이라는 표현은 처음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대답 참 잘 했다'고 하셨다"고 껄껄 웃었다. 그리고 류 감독은 "주위에서 1강이라고 평가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만큼 우리 전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 아니냐. 지난해 우승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느냐"면서 "김성근 전 감독님은 SK가 1위 전력으로 분류될때면 '6위 전력에 불과하다'고 하신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류 감독이 "8강 8약"이라고 대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좋은 변수가 있다면 강팀이 될 수 있지만 부상 등 나쁜 변수가 있으면 약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8강 8약이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3,4연승보다 2승 1패가 더 좋다
"4월부터 9월말까지 2승 1패씩 하면 좋겠다. 감독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 3연승도 4연승도 아닌 2승 1패다". 류 감독은 2승 1패 예찬론을 펼쳤다. "연패가 없는 팀이 진정한 강팀"이라고 역설한 류 감독은 "예를 들어 3연전에서 1,2차전 모두 이기면 3차전까지 잡으려고 욕심을 낸다. 개인적으로는 1차전을 이기고 2차전에 패한 뒤 3차전을 이기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대답했다.
예컨데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주말 3연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다. 류 감독은 "우승도 좋지만 매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성적표를 받게 돼 있다"고 기본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료가 똑같아도 주방장이 바뀌면 같은 맛을 낼 순 없다
수장이 바뀌면 모든게 바뀐다. 아니 바꾸려고 한다. 비단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와 정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기존의 장점이 있다면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의 1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류 감독은 취임식 때 "투수력은 선 전 감독님이 세워놓은 틀을 가지고 모자라는 부문을 채워가도록 하겠다. 불펜 투수가 좋은 만큼 마운드 운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그래서 류 감독은 지난 시즌 내내 '가미' 또는 '덧칠'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류 감독의 3관왕 등극에 대해 "전임 감독이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놓았을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주변에서도 '전임 감독 때문에 우승했다는 지적에 대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냐'고 하더라. 내 성격상 그렇게 못하겠더라. 하지만 재료가 똑같아도 주방장이 바뀌면 같은 맛을 낼 순 없다"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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