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를 품은 4人4色 여성 싱어송라이터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3.20 08: 47

[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들어봐도 좋을 국내 여성 가수들의 앨범이 출시되고 있다. 더욱이 그들의 음악에 주목하게 된 것은 싱어송라이터로서뿐만 아니라 메인 프로듀서로 자신들의 작품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요계에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존재감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이고, 오늘 소개할 4명의 여성 뮤지션 역시 대중과 평단 모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이다. 봄의 시작과 함께 신선한 음악의 향기를 발산하며 찾아 온 4人4色(사인사색)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만나보자.
- 박지윤,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다 -
8번째 정규 앨범 “나무가 되는 꿈”을 발표한 박지윤의 음악적 변신은 3년 전 7집 “꽃, 다시 첫 번째”에서 시작되었다. ‘성인식’•’하늘색 꿈’등 댄스•팝 계열 노래로 큰 각광을 받았던 10대~20대 초반 활동 당시의 아이돌 가수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20대 후반 그리고 지금은 30대 초반이 된 박지윤이 선택한 장르는 어쿠스틱 포크 음악이었다.

박지윤의 180도 달라진 음악적 변화에 역시 데뷔 당시 아이돌 가수였던 선배 이상은이 문득 떠올랐다. 1988년 ‘담다디’로 강변가요제 대상을 수상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이상은도 4집 앨범 “Begin(1992년 작)” 이후 노래만 하는 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으며 대표 여성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후배 박지윤에게는 선배 뮤지션 이상은이 가장 적합한 롤 모델이지 않았을까?
박지윤은 이번 앨범 수록 트랙 중 본인이 작사•작곡한 5곡을 수록했고, 타이틀 곡 ‘나무가 되는 꿈’등 3곡에는 작사가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앨범에서 서정적인 어쿠스틱 사운드에 치중했던 것에 비해 모던 록과 브릿 팝 계열의 노래도 수록하며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는데, 프로듀서로서 이번 앨범에 그녀가 참여하면서 더욱 이전보다 발전된 음악을 담게 된 것 같다. 경연프로그램 “오페라 스타”에서 또 다른 박지윤의 매력을 엿볼 수도 있었지만, 진정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성공한 ‘싱어송라이터 박지윤’의 모습일 것이다.
-  상큼한 목소리로 봄을 노래하는 홍대 여신 타루   -
    홍대 인디 씬에서 배출해 낸 스타 뮤지션 타루의 음악은 폭발력은 없지만 은은하면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것으로 잘 알려졌다. 더불어 인기 드라마와 영화 OST에서도 그녀의 사랑스러운 음성을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현재 상영중인 우리 영화 “러브 픽션”에 나오는 ‘Inside Of Me’이란 곡을 바로 타루가 불렀고 가장 중요한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타루 음악의 존재감’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영화 음악의 인기와 때를 맞춰 발표된 EP 앨범 “ Blah Blah”는 가장 이 계절과 어울리는 노래들로 꾸며진 듯 하다. 타이틀 곡 ‘봄이 왔다’는 타루가 작사•작곡에 모두 참여한 곡으로 봄이 되어 온 여인을 타루의 맑은 음색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그녀가 싱어송라이터로 역시 참여한 3번째 트랙 ‘기침’에서의 변화된 창법 역시 특색이 있게 다가서는데 비록 6곡 밖에 감상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타루를 통해 봄이란 계절을 음악으로 만끽하게 될 것이다.
- 앨리스 스마일•조동희, 낯선 매력을 선물하다  -
 
    첫 앨범 “여기서 사는 일”을 발표한 앨리스 스마일(Alice Smile)은 한국과 미국에서 재즈트리오로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노성은의 본격적인 대중음악 뮤지션으로 출사표를 던지며 발표한 작품이다. 루시드 폴•정원영이 격찬할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 수록된 전곡의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과 프로듀싱을 모두 도맡아 근래 보기 드문 실력파 여성 음악인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앨리스 스마일의 음반 수록 곡들이 ‘따사로운 봄 햇살’의 느낌을 담고 있다면, 조동희 1집 음반은 전반적으로 ‘촉촉한 비가 내리는 어느 봄날의 오후’를 연상시킨다. 물론 조동희의 앨범은 작년 초겨울에 발표된 작품이라 시기성은 좀 떨어지지만, 오히려 봄의 색깔을 입혀 놓은 듯 지금 감상해도 좋을 작품으로 추천한다. 특히, 포크 음악을 대표하는 조동진과 전설적인 듀오 어떤날의 조동익의 여동생으로 조동희 역시 오빠들의 뒤를 이어 잠재되었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마침내 이번 데뷔 작을 통해 표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수준 높은 작품 활동을 해온 음악인 박용준•신석철이 조동희의 앨범에, 함춘호•김정렬•고찬용은 앨리스 스마일과 조동희의 데뷔 음반에 모두 참여해서 두 신인 뮤지션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낯설기만 한 그녀들의 이름. 그 낯선 이름과는 달리 그녀들의 음악은 깊은 매력으로 다가서게 될 것이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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