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분위기 전환' 노리는 LG와 넥센에 성원을!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3.20 19: 23

“정말 꼬이고, 꼬여도 LG만큼 꼬인 경우는 처음 보네…”
LG 트윈스가 2000년대들어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서울 연고팀으로 한때는 가장 인기있는 팀으로 알아주던 LG가 9년 연속 프로야구 사상 최장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팀으로 추락한데다 경기조작까지 겹쳐 구단이 최악의 상태에 빠졌습니다.
팀 성적 부진과 강박감에 쫓긴 구단 운영으로 인해 2000년 이후 이광은-김성근-이광환-이순철-양승호 대행-김재박-박종훈-김기태 감독 등 사령탑 교체를 가장 잦은 8차레나 했습니다. 또 다른 구단에 비해 많은 돈을 들여 FA(자유계약선수) 선수를 영입했으나 상당수가 ‘먹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많은 계약금을 들여 스카우트한 신인들이 도중하차하는 사례가 다른 구단보다 많아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썰렁했습니다.

프로야구 출범 30년째인 지난 해는 전반기 초반에 1위에 이어 2위를 유지해 오랜만에 ‘가을 야구’에 참여하겠다고 누구나 예상했지만 후반기들어 성적이 급전직하해 공동 6위로 마치면서 5년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박종훈 감독을 2년만에 전격 경질해 침체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았습니다.
여기에 승부조작-경기조작 사건까지 터진 것입니다. 패기넘친 젊은 김기태(43) 감독이 팀을 맡아 선수들은 추스리고 있는 판에 지난 달 팀의 에이스격인 박현준(26)과 유망주 김성현(23) 등 2명의 투수가 프로야구 사상 처음 발생한 경기조작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부는 2월 13일 프로배구 수사를 하다가 프로야구에도 불법사이트 관련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3월 14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성현은 3차례 경기를 조작해 700만원을 받아챙겼고, 박현준은 2차례에 걸쳐 경기조작에 가담해 5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승부 전체를 조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첫 이닝 볼넷을 던지는 수법으로 경기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현준은 지난 해 5월24일 잠실 두산전과 6월9일 잠실 한화전에서, 김성현은 넥센 소속이던 지난해 4월 24일 삼성전과 5월 14일 LG전 등으로 알려졌고  김성현은 작년 7월 말 LG로 트레이드됐습니다.
더군다나 김성현과 박현준은 언론을 통해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이 제기된 뒤 강하게 부인하고 수차례에 걸쳐 서로 통화를 하며 증거를 없애거나 조작하려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박현준은 조금이라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한다는 김성현측의 반박이 나오는 등 추잡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을 실망 시켰습니다.
LG 백순길 단장은 처음에 두 선수를 면담하고 선수들이 부인하자 "만약 우리 구단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사실이라면, 구단 해체와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말도 했습니다. 나중에 백 단장은 ‘해체 발언’에 대해 “경기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구단 해체도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 너무 과장됐다.”면서. “우리 기업은 첫째가 정도경영이다. 경기조작이란 것은 정도경영에 가장 위배되는 사례이고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일이 아니겠나. 사실이면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내가 구단 해체니 뭐니 말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엄청난 충격을 받았음을 전했습니다.
두 선수가 있어도 올해 전력이 밑바닥으로 분류되던 LG는 선발진에 포함될 둘이 빠지면서 마운드의 공백이 큽니다. 무엇보다 선수단 사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문제인데 사태 발생 한달여가 지나면서 선수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평상심을 찾기 시작해 다행입니다.
지난 17일 시작한 시범경기 첫번째 잠실경기에서 작년 챔피언 삼성에게 3-8로 패했지만 이튿날은 7-3으로 이겨 예상을 깨고 1승1패를 기록했습니다. 더구나 18일 경기에서는 삼성의 윤성환-안지만-권오준으로부터 7점이나 뽑고 무명의 이승우가 선발로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이어서 유원상이 3이닝 1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한데다 '작은' 이병규는 이틀간 9타석 5타수 2안타로 분발했습니다.
검찰은 앞으로도 추가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프로야구는 일단 두 선수의 기소로 끝냈습니다. 구단 해체나 매각설도 나올만한 근래 LG 구단의 상황입니다만 현재 트윈스는 예년과 똑같이 시즌에 나서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만 봐준 것 아니냐?” “둘만 경기조작에 연루된 것은 아닐텐데~” 부정적인 의혹이 아직 살아있으나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일단 다행으로 알고 보다 활발해진 선수들의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넥센 히어로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이어받아 제8구단으로 탄생한 넥센은 그동안 구단의 약한 재정으로 힘들게 팀을 운영하면서 “선수팔아 연명한다.”는 말도 들었으나 올해는 2년전 LG로 넘겼던 강타자 이택근을 다시 데려오면서 4년간 50억원에 계약해 깜작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 국내 무대에 설 지 모르던 김병현도 전격적으로 영입해 구단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김성현이 넥센 시절인 작년에 경기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다른 선수도 연루됐다는 뜬소문도 나돌아 구단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김병현이 제 컨디션을 보여줄 오는 5월 이후에는 넥센의 전력도 작년에 비해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이번 경기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올해 판도 예상을 감독들도 삼성이 강하지만 나머지 팀의 전력도 좋아져 알 수 없게 됐다고 전망했고 심지어는 8강 무약 이라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번 경기조작 사태로 타격을 입은 LG와 넥센이 그로인해 전력이 감소된다면 프로야구는 볼 맛이 줄어듭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곤경에 빠진 LG와 넥센을 성원해 주겠지요. 예년보다 많은 시범경기 관중에 LG와 넥센은 어느 해보다 화끈한 플레이로 보답할 것입니다.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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