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올라와야 하는데…".
한화 새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30)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배스는 지난 20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했으나 2이닝 8피안타 6실점(5자책)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 14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2⅓이닝 6피안타 1볼넷으로 고전했던 배스는 좀처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롯데전에서 배스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4km가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구가 130km대로 형성된 데다 볼끝 움직임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집중타를 맞은 이유. 오히려 직구(32개)보다 슬라이더(11개) 커브(10개) 투심(8개) 체인지업(2개) 등 변화구 비율이 더 높았다.

코칭스태프의 고민도 깊어져간다. 한대화 감독은 "배스가 빨리 올라와야 하는데"라며 "150km를 던져야 할 투수가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진다"고 아쉬워했다. 외국인 투수라면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배스의 모습은 이와 동떨어진다.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이뤄야 할 투수치고는 위압감도 약하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변화구에 치중한 볼 배합을 하고 있다. 우리팀으로서는 중요한 사안이 걸린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 더 임팩트있는 모습을 원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선수는 국내선수처럼 미래를 보며 기다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외국인선수이기 때문에 완전한 전력으로만 볼 수밖에 없다"고 배스의 분발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배스 본인은 느긋하다. "난 전형적인 슬로스타터"라는 게 이유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2008~2010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3년 동안 배스는 4월(5.70)~5월(5.35)보다 6월(2.73) 평균자책점이 절반 이상 낮았다. 트리플A에서 활약한 지난해에도 5월까지는 평균자책점 5.17이었지만 6월 이후에는 2.86로 확 달라졌다.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일. 아직 한국의 날씨도 초봄 꽃샘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기다.
가까운 예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롯데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가 있다. 사도스키는 지난 2년간 4월 성적이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6.38에 불과하다. 하지만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5월 이후 평균 자책점 3.72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상당수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편이다. 배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화로서는 마음이 급하다. 한대화 감독이하 모든 선수단이 4월 개막부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지난해 4월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타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시즌 초반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승부수를 위해서라면 선발의 한 축을 맡아야 할 배스도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배스의 슬로스타트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게 한화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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