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불감증이다.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프로농구 포스트시즌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부산 KT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지난 20일 안양실내체육관. 거친 플레이가 이어졌다. 플레이오프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선수들간 신경전은 대단했다. 결국 3쿼터에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3쿼터 종료 직전 마지막 공격권을 쥔 KGC가 공격에 실패하자 리바운드 경쟁이 벌어졌다. KGC 양희종이 볼을 잡고 넘어지면서 볼을 가로채려던 찰스 로드와 신경전이 벌어졌다. 양희종이 볼을 잡는 순간 로드가 어깨로 밀면서 반응했다.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이후 일어난 행동은 프로선수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로드가 양희종을 짓밟으려는 동작을 보인 것. 로드를 발을 들어 양희종의 무릎을 밟으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근처에 있던 심판과 동료가 말리지 않았다면 로드의 발은 그대로 양희종에게 향할 수도 있었다.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처럼 KGC 선수들은 코트로 들어섰다. 물론 KT 선수들은 벤치서 지켜보고 있었다. 심판은 이 상황서 일단 로드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만약 둘이 모두 잘못했다면 양희종도 받아야 했지만 KGC서는 김일두에게 파울이 선언됐다. 로드와 신경전을 벌이며 밀었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이 상황을 보는 시각이다. KT 전창진 감독은 경기 후 로드의 행동에 대해서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모두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로드는 자신이 실책한 것을 가지고 철없이 행동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자신의 벤치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안전 불감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KBL의 반응은 더욱 심각하다. 강현숙 KBL 심판위원장은 이 상황에 대해 "로드에게 테크니컬 파울 1개를 부여한 것은 적절한 판정이었다. 심판이 지혜를 발휘해 적절한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강 위원장은 "운영의 묘라 보면 된다. 퇴장을 당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로드가 퇴장 당하면 경기의 맥이 빠진다. 어쨌든 KGC가 승리했으니 잘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문제가 될 것 없는 판정이었다. 현재 KGC가 로드의 행동에 대해서 문제를 삼지 않는다면 재정위원회를 개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만약 강현숙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이제 주먹으로 상대를 위협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승리할 만한 팀이 승리한다면 더욱 문제될 것도 없다. 또 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는 상황이다.
폭력으로 인해 KBL은 이미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06~2007 시즌 4강 플레이오프서 벌어졌던 파비스 파스코의 문제가 있었다. 당시 파스코는 심판에게 폭력을 행사, 영구 퇴출됐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 대해 KBL은 어물쩡 넘어갈 요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철저한 문제 의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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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