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막강 좌투수라인으로 마운드 높이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3.21 09: 55

LG 트윈스가 좌완투수들을 연이어 출격시켰다.
LG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에서 10회 연장 접전 끝에 1-1로 비겼다. 비록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LG 마운드는 이종욱을 제외한 주전 야수진이 총출동한 두산 타선에 왼손투수 6명을 기용해 단 한 점만을 내줬다.
에이스 선발투수 벤자민 주키치는 5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피안타는 5회말 손시헌에게 내준 중전안타가 유일했다. 이후 신재웅·류택현·봉중근·이상열·최성훈이 등판해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올 시즌 주키치는 마운드에서 짊어질 책임감이 막중하다. 지난 시즌 주키치는 리즈·박현준과 함께 516이닝을 책임지며 34승을 합작했다. 작년 LG가 올린 승리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손에서 나왔다. 특히 주키치는 리그 최다 이닝인 187⅔이닝을 소화했고 팀 내 선발투수 최저 평균자책점인 3.60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리즈가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바꾸고 박현준이 퇴출되면서 주키치는 홀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그럼에도 부담은 없었다. 주키치는 “그냥 작년처럼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 된다. 이미 작년에 한국무대를 경험한 만큼 올해는 더 잘할 수 있다. 시즌을 앞둔 몸 상태도 작년보다 좋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그리고 20일 시범경기에서 리그 최고 좌완의 모습을 재현했다. 예리한 컨트롤이 동반된 직구와 커터로 타자들을 몰아세웠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춤추듯 움직였다.   
투수진 중심에 자리한 에이스의 활약 뒤에는 좌완 불펜진이 청신호를 밝혔다. 특히 신재웅·류택현·봉중근은 의미 깊은 복귀투를 펼쳤다. 2006시즌 이후 방출과 군입대, 그리고 재활로 5년이 넘게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던 신재웅은 꿈에 그리던 개막전 엔트리 진입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6회 말에 등판한 신재웅은 1루 견제 실수만 없었다면 깔끔하게 1이닝을 처리할 수 있었다. 
베테랑 신화를 쓰고 있는 류택현은 팔꿈치 수술 후 무려 667일 만에 다시 잠실 마운드에 올랐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만 해도 “시범경기에만 등판해도 참 설렐 것 같다”고 했지만 첫 타자 최준석부터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007시즌 홀드왕을 차지했을 때처럼 날카로운 제구력을 보이며 여유 있게 7회를 마쳤다.
다음 차례는 토종에이스 봉중근이었다. 2011년 6월 왼쪽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봉중근은 지난 14일 2군 경기에서 301일 만에 첫 실전을 치렀고 6일 후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난 행운아다. 실전 후 MRI 결과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이제는 연습만 남았다”던 봉중근은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펼쳤고 공 5개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류택현과 봉중근 두 명이 마운드에 오른 거 보니 내 마음이 찡했다”며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LG는 9회와 10회에도 좌완 이상열과 최성훈을 기용, 좌투라인이 10이닝 비자책점을 합작했다. 지난 18일 시범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이승우에 이어 1군에 자리한 모든 좌투수들이 총출동해 올 시즌 LG 마운드 전망을 밝힌 것이다.
일단 선발투수 주키치와 릴리프 이상열, 류택현을 제외하면 다른 투수들의 보직은 아직 미정이다. 신재웅과 이승우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고 봉중근도 시즌 초 불펜투수로 연착륙한다면 시즌 중후반에는 선발투수로 뛸 수 있다. 어쨌든 지금의 기세가 유지된다면 LG는 지난 몇 년 동안 고질병으로 자리했던 마운드 불안을 떨쳐내게 된다. 이미 마무리로 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 리즈가 내정됐기 때문에 보직이 결정되지 않은 투수들의 균형을 잘 맞추는 일만 남았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일단 올 시즌 5할 싸움이 목표다. 아직 선발진도 불펜진도 확실하게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많은 투수들이 올라와있다. 시즌 내내 이들의 컨디션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는 기용을 하겠다”면서 빠른 판단력을 앞세워 투수진을 운용할 뜻을 밝혔다.
겨울에 FA로 마무리가 이적했고 초유의 사태로 선발 투수 두 명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악재가 연이어 겹쳤고 절망만 다가올 듯싶었다. 그러나 베테랑들은 역경을 이겨내고 마운드로 돌아왔고 신예투수들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 LG 마운드가 좌투수라인을 내세워 반전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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