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첫 멀티히트를 기록한 오릭스 버펄로스 이대호(30)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대호는 20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시범경기에 1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20일까지 이대호는 9경기에 출전, 타율 2할3푼1리(26타수 6안타) 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니혼햄 투수 바비 케펠을 상대로 깔끔한 중견수 앞 안타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후속타선 침묵으로 홈을 밟지는 못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은 1루 땅볼, 6회 세 번째 타석은 삼진으로 침묵한 이대호는 8회 2사 주자 없는 마지막 타석에서 투수 쪽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이대호는 대주자로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다.

경기가 끝난 뒤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오랜만에 타석에 네 번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피곤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이대호는 시범경기 9경기만에 처음으로 20일 니혼햄전서 4번 타석에 들어갔다. 이전까지는 세 차례 타석에 들어가면 오카다 감독이 대주자나 대수비 등으로 이대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이에 일본 는 '지쳤다'라는 말을 제목으로 내걸며 이대호의 말을 전했다.
연습경기에선 7할대에 이르는 맹타로 기대를 높였던 이대호는 시범경기 들어선 방망이가 무뎌진게 사실이다. 또한 연습경기에서만 홈런이 하나 나왔을 뿐 시범경기에선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때문에 장타율도 3할8리에 머물고 있으며 볼넷도 아직 하나밖에 골라내지 못했다. 물론 시범경기에서 아직 27번밖에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표본은 적지만 출루율이 2할5푼9리에 그치고 있다. 일본야구에서 타자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출루율임을 감안 해볼때 만족스럽진 못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이다. 연습경기서 이대호가 맹타를 휘둘렀지만 시범경기에 들어오면 일본 투수들은 본격적으로 견제에 돌입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였던 만큼 이대호에 가해지는 견제는 더욱 거세다. 또한 이대호는 일본의 스트라이크 존을 익히기 위해 공을 지켜보는 쪽이다. 실제로 이대호가 당한 5개의 삼진 가운데 대다수는 그냥 지켜만 보다가 받은 루킹 삼진이다.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진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문인지 이대호는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그는 "(시즌 준비를)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일단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면서 "생각대로 야구가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석에서 이대호를 보면 조급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높은 몸값을 받는 외국인선수라는 신분 때문에 바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싶을수도 있지만 유인구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무턱대고 방망이가 나가기 보다는 일단 지켜보는 쪽이다. 또한 야수 정면으로 향할 뿐 타구의 질도 나쁘지 않다.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일본 야구에 적응하는 기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이처럼 이대호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개막까지는 9일 남았다. 시범경기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벌써부터 이대호의 방망이는 30일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펼쳐질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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