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복수혈전'은 없었다. 또 다시 신한은행의 벽 앞에 무릎을 꿇은 삼성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2011-2012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전적 3승1패로 6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번에도 그 상대는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은 그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왔다. 하지만 삼성생명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만남이다.

두 팀의 운명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2008시즌부터다. 29승6패(승률 0.829)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신한은행의 뒤에는 2위 삼성생명(22승13패, 승률 0.629)이 있었다. 그 다음 시즌인 2008-2009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의 명가 자존심을 걸고 정규리그 우승을 탈환하겠다는 삼성생명의 야심찬 도전은 37승3패, 무려 0.925의 어마어마한 승률을 달성한 신한은행 앞에서 무너졌다.
이후 삼성생명은 2010-2011시즌까지 4시즌 연속 신한은행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주면서 2위에 머물렀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09-2010시즌까지 4년 연속 신한은행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삼성생명은 번번이 '레알 신한'의 쓴맛을 봐야 했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된 올 시즌 언더독의 입장에서 신한은행에 '복수혈전'을 꿈꿨던 삼성생명은 이번에도 결국 신한은행을 이기지 못했다. 주전 가드 이미선의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 정규리그 4위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한 삼성생명이지만 신한은행 역시 전주원 진미정 정선민 등 베테랑들이 은퇴 혹은 이적한 상태였다. 해볼 만했다.
하지만 역시 신한은행은 강했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때보다 훨씬 나아진 경기력으로 2패 후 3연승이라는 달콤한 0%의 확률에 도전했지만 결국 또다시 '복수혈전'에 실패했다. 이호근 감독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다. 신한은행은 여전히 막강했다"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지독하게 되물림된 신한은행과 악연을 끊고 '신한은행 징크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삼성생명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선화 이유진 등 플레이오프 때 선전해준 어린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 후 수술 예정인 김계령과 거취가 확정되지 않은 박정은 문제가 남아있지만 쓰디 쓴 플레이오프 패배를 받아들이고 다음 시즌에야말로 신한은행에 복수하기 위해 삼성생명은 또 와신상담의 길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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