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첫 등판. 그러나 결과는 아쉬움이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한국식 야구에 고전했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청주 홈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진 첫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다. 박찬호는 2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3⅓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지난 14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2⅔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했던 박찬호는 2경기 연속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박찬호는 1회부터 안타 4개를 맞으며 2실점했다. 폭투와 실책도 겹쳤지만, 좀처럼 롯데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1회에만 투구수 36개. 김주찬·전준우와 풀카운트 싸움 벌였고, 홍성흔·손용석과도 5구 이상 치열한 승부를 이어갔다. 롯데 타자들이 쉽게 방망이를 내지 않으면서 박찬호도 힘을 빼야 했다.

2~3회에는 볼넷 하나만 내줬을 뿐 삼진 2개를 잡으며 안정감을 보였다. 그러나 삼진을 잡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신본기와 홍성흔은 삼진을 당했지만,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공을 커트해내며 박찬호를 괴롭혔다. 4회초 1사 1루에서 황재균에게 홈런 맞는 과정도 1(볼)-2(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직구-변화구가 차례로 커트된 뒤 커브를 통타당한 결과였다.
이날 3⅓이닝을 던진 박찬호의 투구수는 정확히 80개. 이닝당 투구수가 무려 24개였다. 공격 성향이 강한 롯데 타자들이지만 박찬호를 상대로 2구 이하 공략은 4차례 뿐이었다. 초구 공략은 한 번도 없었다. 5구 이상 승부가 9차례, 풀카운트 승부도 3차례 있었다. 롯데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무려 10차례 커트하며 박찬호를 흔들었다.
경기 후 박찬호도 이 부분에 동감했다. 그는 "스윙을 유도하는 공을 던졌는데 타자들의 선구안이 좋았다. SK전도 그렇지만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나오지 않고, 선구안이 좋다는 걸 느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한국 타자들이 기다릴 줄 알고 유인구에도 잘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박찬호는 직구(37개)보다 슬라이더(18개)·커브(14개)·투심(7개)·체인지업(4개) 등 변화구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롯데 타자들이 변화구에 효과적으로 잘 대응하는 바람에 박찬호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박찬호가 80개 공 중에서 롯데 타자들이 헛스윙한 공은 5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지만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다. 만만치 않은 한국 야구를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실감한 박찬호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다음 경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waw@osen.co.kr

청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