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타자들은 '코리안특급'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화 박찬호(39)는 2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3⅓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4회초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황재균은 좌측 담장 넘어가는 비거리 110m 투런 홈런으로 박찬호에게 한국 무대 첫 피홈런을 안겼다.
이날 롯데 타자들은 '박찬호'라는 이름 석자에 전혀 눌리지 않았다. 오히려 끈질기면서도 적극적이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10차례나 파울로 커트해내며 박찬호를 괴롭혔다. 커트된 공 10개 중 5개가 직구, 5개가 변화구. 정확히 절반 비율이었다. 어느 공에도 흔들리지 않고 파울로 커트하며 괴롭혔다.

이날 3⅓이닝을 던진 박찬호의 투구수는 정확히 80개. 이닝당 투구수가 무려 24개였다. 공격 성향이 강한 롯데 타자들이지만 박찬호를 상대로 1·2구 이하 공략은 4차례뿐이었다. 5구 이상 승부가 9차례, 풀카운트 승부도 3차례 있었다. 롯데 타자들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무려 10차례 커트하며 박찬호를 흔들었다.
경기 후 박찬호도 이 부분에 대해 동감했다. 그는 "스윙을 유도하는 공을 던졌는데 타자들의 선구안이 좋았다. SK전도 그렇지만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나오지 않고, 선구안이 좋다는 걸 느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한국 타자들이 기다릴 줄 알고, 유인구에도 잘 속지 않는다"라며 롯데 타자들의 선구안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롯데타자들이 박찬호의 공을 기다리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공격적이었다. 헛스윙은 5개 뿐이었지만 파울은 22개나 됐다. 13차례 타격 포함해 롯데 타자들은 박찬호를 상대로 무려 40차례나 스윙했다. 박찬호의 투구수 80개 중 정확히 절반에 해당한다. 스윙률 50%로 두려움없이 박찬호의 공을 때렸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마지막 해였던 2010년 롯데의 스윙률 47.2%를 능가하는 수치. 그만큼 박찬호라는 이름값에 눌리지 않았다.
이는 곧 박찬호의 공이 위력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가 나왔지만 대부분 공이 140km대 초반으로 형성됐다.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힘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변화구가 위협적인 것도 아니었다. 헛스윙률 6.25%에 불과할 정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롯데 타자들은 박찬호의 볼을 끈질기게 골라내면서도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박찬호는 "롯데에는 잘 치는 타자들이 많다. 직구 제구를 의식했다"고 인정했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했지만 여전히 롯데는 리그 정상급 타력을 자랑한다. 적극적이면서도 끈질긴 롯데 타선이 박찬호에 좋은 약이 될 수 있을까. 박찬호는 "지금 이 시기는 많이 맞아야 상대를 알수 있다"는 말로 적응기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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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