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세이브는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 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도 맥 빠지는 일임에 틀림없다. 3시간동안 앞서 나가다 10분 사이에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게 블론세이브고, 또 그게 야구만의 매력이다.
공교롭게도 21일 시범경기에선 지난 시즌 세이브 1위와 2위에 올랐던 두 선수가 나란히 패전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SK를 상대로 2-1로 앞선 7회 등판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 가볍게 구위를 점검하기 위해 올라왔던 오승환은 안타 2개로 간단히 동점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이어 안정광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아 패전투수가 됐다. 아무리 시범경기지만 끝판왕 오승환에겐 여러모로 어색한 기록이다.
지난해 20세이브로 세이브 2위에 오른 김사율(롯데) 역시 한화와 6-6으로 맞선 9회말 등판해 고동진에 2루타, 정원석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동점 상황이었기에 블론세이브는 아니지만 최근 연습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김사율에겐 찜찜한 실점이었다. 여기에 2007년 30세이브로 오승환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던 우규민(LG)도 블론세이브 행렬에 동참했다. 경찰청에서 에이스로 거듭났던 우규민은 두산과의 경기에서 6-4으로 앞선 7회 등판했지만 1⅔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물론 시범경기이기에 등판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어디까지나 기량을 점검하는 무대이기에 정규시즌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렇지만 세 명의 클로저 가운데 두 명은 블론세이브를 하고 한 명은 동점 상황에서 끝내기타를 맞은 건 분명 정규시즌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마무리투수가 경기를 깔끔하게 매조지하지 못하면 그 타격은 단순히 1패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소방수에겐 숙명과도 같은 블론세이브, 최근 5년간 추이는 어땠을까.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나온 총 세이브 숫자는 261개다. 이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47개를 오승환(삼성) 혼자 해냈다. 반면 블론세이브 숫자는 정확하게 100개. 이 가운데 정재훈(두산)이 6회로 가장 많았고 이상열(LG)·정대현(전 SK)·손승락(넥센)·오넬리(한화)등이 5차례씩 기록했다. 모두 361번 세이브 기회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261번을 성공했으니 72.3%의 성공률을 보인 셈이다. 이 정도면 작년 야구팬들은 비교적 경기 후반에 야구를 편하게 본 편이다.
이는 바로 전 해였던 2010년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10년 리그 전체의 세이브 개수는 227개였다. 2011년보다 34개 적은 숫자인데 2010년 오승환이 부상으로 인해 4세이브에 그친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오승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세이브 숫자는 적었지만 블론 세이브는 2011년보다 오히려 12개 많은 112회를 기록했다. 성공률은 67%. 세 번에 한 번꼴로 마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2010년은 야구 팬들의 혈압을 높이는 데 가장 크게 일조했다. 그 이전 3년(2007~2009년)간 평균 세이브 성공률은 73.7%였다.이는 2011년의 세이브성공률 72.3%와 흡사한 수치. 2010년 리그 세이브성공률이 유독 낮았던 이유는 오승환의 부재에서 찾을 수 다. 매년 꾸준히 세이브를 쌓았던 오승환이지만 2010년엔 부상으로 16경기에만 출전, 4세이브 3블론만 기록했었다. 이를 통해 오승환이 특급 소방수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올 시즌은 최대 4팀에서 주전 마무리를 외국인선수로 채울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다시 뒷문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뒷문 강화를 기치로 내건 팀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과연 실제로 블론세이브가 줄어들지 관심이 쏠린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계상 열 번 가운데 세 번은 블론세이브가 나오는게 야구다. 일순간에 승패가 뒤집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게 야구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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