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LG, 1군 포수진 놓고 ‘동음이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3.22 07: 22

“계속 포수자리를 놓고 시험을 해야 한다. 3~4명을 1,2군 순환을 통해 시험하겠다”.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으나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양승호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1군 포수진을 놓고 꺼낸 말은 거의 비슷했으나 뜻은 판이했다.
현재 양 감독과 김 감독은 포수 자리를 놓고 여러 명을 기용 중이다. 그러나 롯데는 주전 포수 강민호(27)를 보좌할 1군 백업 포수를 찾는 반면 LG는 주전 포수감을 찾기 위해 후보들을 시범경기서도 두루 기용할 계획이다.

시범경기 개막 후 양 감독은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 뿐 아니라 이동훈(31), 김사훈(25), 신인 윤여운(22) 등을 경기 중 바꿔 기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강민호의 백업 포수였던 장성우의 경찰청 입대로 강민호 외 다른 포수들을 기용 중인 셈이다. 전지훈련부터 이어진 포수 경쟁을 통해 강민호의 부재 시 뒤를 맡을 수 있는 백업 포수를 찾고 있는 롯데다. 일단 주전 포수 강민호가 자리를 지키는 만큼 한결 여유있는 편이다.
“한 명을 시즌 초반 정하기보다 시즌 중에도 물밑 경쟁을 펼치게 할 예정이다. 시범경기는 물론 시즌 중에도 2군 경기에 투입해 포수들의 컨디션이나 경기력을 체크한 뒤 수시로 가장 좋은 선수들을 1군 엔트리에 올릴 예정이다”.
이동훈은 2010년 상무 행을 택했지만 6개월만 뛰고 현역병 전환을 자원 요청해 전방 수색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특이 케이스의 포수. 그러나 후보 세 명 중 가장 경기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블로킹을 보여준다. 김사훈은 지난해 9월 퓨처스리그 한화전서 이용훈의 퍼펙트게임 승리를 합작했던 신고선수 출신 포수로 공 하나하나를 성실하게 받으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롯데에 입단한 윤여운은 대학리그 시절 수준급 수비력을 갖춘 포수로 꼽혔던 유망주. 저학년 시절부터 주전 포수로 출장하며 나름대로 경기 경험을 쌓았다. 17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는 상대 수비진의 허를 틈 타 딜레이드 홈스틸을 성공시켰을 정도로 포수치고는 빠른 발과 좋은 상황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LG는 포수 문제가 ‘발등의 불’과 같다. 주전 포수 조인성(SK)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이적하면서 베테랑 심광호(35)와 한화에서 이적해 온 나성용(24)에 김태군(23), 신인 조윤준(23), 유강남(20) 등이 포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심광호는 한화 시절 웬만큼 1군 경험을 쌓았으며 김태군도 LG 입단 이후 이따금씩 1군에서 마스크를 썼다. 투수리드 면에서는 심광호와 김태군 쪽에 무게가 기운다.
그러나 현재 페이스는 가장 어린 유강남 쪽이 좋은 편이다. 유강남은 지난 20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지난해 2군 북부리그 도루왕(39도루) 허경민의 2루 도루를 저지한 데 이어 21일에는 지난 시즌 도루왕(46도루) 오재원을 잡아냈다. 김 감독도 유강남의 도루 저지 능력에 대해 “그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선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범경기인 만큼 투수 리드 능력을 정확하게 판별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유강남이 꽤 강력한 눈도장을 찍은 것은 사실이다.
21일 선발 포수로 나섰던 조윤준은 중앙대 출신 전체 2순위 신인으로 대형 포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아직은 현재 경기력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으나 지켜볼 만한 포수 유망주다. 연세대 시절 공격형 포수로 기대를 모았던 나성용은 현재 2군에서 좀 더 포수로서 기량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민이 많다. 일단 현재 보유 중인 포수 자원을 계속 시험해봐야 한다. 올 시즌 두 명 정도로 1군 포수진을 고정시키지는 않겠다. 3~4명의 포수들을 번갈아 기용해보며 시험하겠다. 포수들 개개인이 저마다 좋은 능력을 갖고 있으니”. 김정민 배터리코치도 “올해 팀의 주전 포수감을 발탁하는 데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며 경기 외적으로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임을 예상했다.
확실한 주전 포수 유무 여부에 ‘동음이의’ 현상이 연출되었다. 양 감독이 목 좋은 땅에 집을 사놓고 별장 자리를 찾는 격이라면 김 감독은 ‘어느 회사에 내 돈을 투자해야 하는가’라며 주식 정보지를 탐독하는 개미 투자자와도 같다. 기대치는 다르지만 비슷한 어조로 1군 포수진을 평한 양 감독과 김 감독이 2012시즌 종료와 함께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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