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28, 울산 모비스)이 승부의 키는 아니었다. 함지훈은 하나의 연결고리에 불과했다.
유재학 감독이 지휘하는 모비스는 지난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서 열린 '2011-2012 KB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 원주 동부와 홈 경기서 50-70으로 대패했다. 말 그대로 대패였다. 모비스가 기록한 50득점은 역대 PO 한 경기 최소득점이다. 종전 PO 최소득점은 51점(KT)이다.
이날 함지훈의 활약은 준수해 보였다. 22득점 7리바운드. 평균적으로는 괜찮은 득점과 리바운드였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일언지하에 칭찬을 거절했다. 단순히 팀이 패배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당초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으로 밀어붙여 경기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지훈이를 되든 안 되든 시켜보겠다"고 한 것. 노리는 것은 단 하나였다. 함지훈의 활약에 따른 연쇄 움직임.
유재학 감독은 "지훈이가 1대1을 할 것이다. 1대1을 해야 패스가 나온다. 연쇄 움직임이 필요하다. 지훈이가 1대1로 들어가고, 테렌스 레더가 외곽으로 빠지는 순간 패스가 들어갈 것이다. 20일 하루 연습을 했다"며 경기 운영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생각대로 풀리지가 않았다. 함지훈은 자신의 득점은 올렸지만 패스를 주지 못했다. 함지훈의 득점을 바란 것이 아니던 유재학 감독으로서는 골치가 아팠다. 레더는 5득점에 그쳤다. 이에 대해 유재학 감독은 "레더가 자리 잡았을 때 공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안 좋다 보니 계속 미스가 발생했다"고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모비스는 함지훈의 돌파에 따른 긍정적인 연쇄 작용을 노렸다. 하지만 함지훈과 레더가 막히다 보니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인 현상만 반복됐다. 가장 문제로 꼽혔던 3번 포지션(스몰 포워드)의 김동우 박종천 송창용은 더 힘을 쓰지 못했다. 세 선수의 득점 합계는 6점에 불과했다.
결국 유재학 감독은 이날 시도한 전략을 포기했다. "너무 급하게 준비한 것 같다. 하루 준비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선수들도 헷갈려 하는 것 같다.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면서 "이제 고민은 없다. 정면대결, 정면돌파다. 생각이 너무 많으니 안 된다. 가장 간단한 농구를 할 것 같다"고 4차전을 예고했다.
sports_narcotic@osen.co.kr
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