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도 말릴 수 없었던 정선민의 '챔프전 욕심'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3.22 08: 28

[OSEN=구리, 이균재 인턴기자] 부상 투혼을 발휘한 정선민(38)이 KB스타즈에 6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선물했다.
KB스타즈가 지난 21일 구리체육관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2011-212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4차전 원정 경기서 KDB생명을 상대로 61-58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 지난 2006년 여름리그 이후 6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이날 단연 최고의 히로인은 15점 5리바운드로 KB의 승리를 이끈 여자 프로농구의 최고참 정선민이었다. 특히 3쿼터 3분 께 한채진과 리바운드를 하기 위한 볼 다툼 과정 중 무릎을 코트에 찧는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정선민은 한참이나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실려나갔다.

KB의 정선화는 경기 후 인터뷰서 "언니 보고 제발 일어나라고 말했다. '언니 빨리 일어나요. 언니 없으면 안돼요'라고 소리쳤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정선민은 코트에 누워있을 당시 정선화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정선민은 "프로 선수로서 주저 앉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3쿼터라 다행이었지 만약 4쿼터였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3쿼터 중반이라 오히려 선수들에게 전화위복이 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백전노장' 정선민의 빈 자리는 컸다. KDB는 3쿼터 중후반 정선민이 없는 틈을 타 KB의 골밑을 헤집었고 외곽에서도 더 많은 찬스를 맞았다. 정선민은 팀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4쿼터 언제 그랬냐는 듯 코트로 돌아왔다. 팀 승리를 위해 심한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선민은 4쿼터 중요한 고비마다 6점을 넣으며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짓는 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날 정선민의 활약은 비단 공격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다. 정선민은 수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KDB의 에이스 신정자가 1쿼터 무득점으로 부진한 이유도 정선민의 끈질긴 수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선민은 1쿼터부터 골밑의 신정자에게 좋은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고, 그 결과 신정자는 외곽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이날 비록 신정자가 17점 7리바운드로 제 몫을 하긴 했지만 3차전의 27점 20리바운드의 활약에 비하면 정선민의 끈질긴 수비가 이날 승리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선민은 경기 후 인터뷰서도 "참 힘들게 왔다"고 말문을 연 뒤 "처음에 우승후보라는 말도 많았지만 초반부터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 속앓이를 한 건 선수들이었다. 마음 먹은 대로 됐으면 좋았겠지만 시즌 내내 롤러코스터 같았다"며 시즌을 치르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음을 토로했다.
KB와 정선민은 2006년 당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삼성생명에 무릎을 꿇어 정상을 앞에 두고 내려와야 했다. 정선민은 "마음 한 켠에 응어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KB 소속으로 우승을 맛보지 못한 것이 퍽이나 아쉬웠던 모양이다.
"산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여기서 정말 죽기살기로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후회하지 않게 정말 열심히 해서 팀에 꼭 우승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던 정선민의 마지막 말이 비장하기까지 했다. 정선민이 이끄는 KB가 이번에는 산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정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dolyng@osen.co.kr
구리=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