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스타일이 달랐지".
22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류중일(49)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전날(21일) 문학 SK전에서 SK 내야수 안정광(23)에게 홈런을 맞은 투수 오승환(30)의 이야기가 나오자 웃었다.
류 감독은 "(오)승환이도 맞을 때가 있지 않겠냐. 한번씩 맞아야 정신차리고 그런 것 아니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편 "그 홈런친 선수가 치는 거 보니까 눈 딱 감고 치더라. 타이밍을 맞췄다기 보다 눈 감고 휘두르다 맞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의 공을 직접 받아본 사람만이 느낀다는 공포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예전 류 감독의 현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류 감독은 "나는 최동원 선배와 선동렬 감독님의 공을 다 쳐보지 않았나. 두 분은 누가 낫다고 할 수가 없는 게 스타일이 달랐다"며 예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류 감독은 "최동원 선배는 공이 회전력이 강해서 '핑'하고 날아왔다면 선 감독님은 공이 대포알처럼 '슉'하고 꽂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두 선수의 모습을 비교했다. 이어 "최동원 선배는 커브가 2층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 감독님의 슬라이더는 대포알처럼 날아오다 갑자기 도망갔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이 선 감독의 공을 처음 본 것은 경북고 1학년 시절. 당시 영호남 친선대회가 있어 광주일고와 경기를 할 때 광주일고 3학년이었던 선 감독을 만났다. 류 감독은 "그때는 호리호리하면서도 공이 좋았다. 공 두 번 그냥 보고 한 번 냅다 휘둘렀다가 삼진으로 나왔다. 나중에 고려대 가셔서는 몸집이 불어나니까 더 공이 좋아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故 최동원과의 첫 만남은 류 감독이 삼성에 입단한 1987년. 류 감독은 "나는 처음 나가서 공을 보다 연신 대단하다 감탄을 했는데 선배들은 '지금은 전성기 때가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도 내가 볼 땐 엄청났다"고 회상했다.
선 감독은 현재도 130km 중후반대의 공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공을 던지지 않지만 한국 야구에 전설로 남아있는 최동원과 선 감독의 현역 시절 공을 직접 타석에 바라본 류 감독의 추억서린 옛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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