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VS 가비 VS 은교', 원작 각색 누가 잘했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3.22 17: 13

영화 '화차', '가비'에 이어 오는 4월 27일 개봉을 앞둔 '은교'가 유명 원작 소설의 각색 영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개봉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150만 관객을 넘게 모은 '화차'는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일본 버블경제의 붕괴가 한국 IMF 경제위기 시대로 바뀌어 영화화됐다.
결론적으로 '화차'의 각색은 '비교적 좋음'이다. 원작과 기본 적인 틀만 같을 뿐 분위기나 캐릭터가 많이 달라 원작팬들을 아쉽게 하기도 했지만, 영화 자체의 매력도가 있다는 것은 각색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작의 차분했던 정서는 영화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로 바뀌었고, 안개 속 보일 듯 말 듯 미스터리한 여주인공은 좀 다 사람의 옷을 입고 악녀로 변했다. 원작에서 분량이 거의 없었던 약혼자는 영화에서 그 비중이 커져 이선균이 한 축을 담당했다. 특히 김민희가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려 엣지를 살릴 만큼, 국경을 넘은 영화의 각색이 좋았다는 평이다.
김탁환 작가의 '노서아 가비'가 원작인 영화 '가비'의 각색은 '밋밋'에 가깝다. '가비'는 제작비 등의 문제로 원작에서 주인공 따냐가 활약하는 러시아 부분은 많이 덜어내고 공사관 부분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그래서 김소연-박희순-주진모 삼각 로맨스가 주가 된 삼각 멜로는 섬세하고 품격이 있기는 하지만, 원작을 본 독자들이 기대했던 아드레날린 넘치는 액션과 여주인공 따냐의 세상을 쥐락펴락할 것 같은 매력이 반감되고 별다른 임팩트 없이 무겁게 흘러갔다는 지적이다.
이제 4월에는 박범신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주연 영화 '은교'가 등장한다. '은교'는 아직 베일을 벗기 전이나, 예고편만으로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고편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도발적이고 대담한 이미지로 채워져 '얼마나 수위가 셀까'라는 호기심을 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시인과 패기 넘치는 제자, 열일곱 소녀 간의 미묘한 감정의 파동을 짧은 영상에 담은 예고편은 극중 17살 은교의 대담한 정사신이 마지막에 짧게 포함돼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열일곱 소녀 은교의 순수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과 일흔의 노인으로 변신한 박해일의 감정 연기가 주목되나 원작을 읽은 일부 독자들은 원작이 가진 풍부한 의미가 그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돼 다소 퇴색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보이고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과 늙음과 청춘, 그리고 예술가의 뮤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원작의 깊이감이 단순히 '롤리타 콤플렉스' 정도로 비춰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이는 베일을 벗을 영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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