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처럼 장수하는 거 어렵지 않아요'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3.23 15: 00

‘아이돌로 데뷔해서 14년 동안 정상에 있는 거? 어렵지 않아요.’
영원할 것 같던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 H.O.T가 5년 만에 가요계를 떠나고 귓가를 간지럽히던 여섯 개의 수정, 젝키가 3년 만에 공식 해체했다. 당시 ‘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각박한 수험 생활을 경험한 팬들에게 이들의 해체 소식은 악몽, 이상이었다.
부침 심한 아이돌 계에서 신화는 14년을 견뎌냈다. 1998년 ‘해결사’를 외치며 나타난 신화는 ‘T.O,P’로 가요계 정상에 오르더니 ‘퍼펙트 맨’이 되어 여심에 불을 지르고 ‘너의 결혼식’으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이들을 위로했다.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을까 ‘브랜드 뉴’로 안구정화를 시키고는 ‘원스 인 어 라이프 타임’, 데뷔 후 처음으로 발라드 곡을 타이틀로 발표하고 홀연히 국방의 의무를 위해 떠났다.

아이돌그룹에게 14주년은 놀랍다. 어린 나이에 모인 멤버들 간의 시기 질투도 있지만 소속사와의 계약 관계 등 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장애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왜! 신화는 14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을까?
1. 화나면 즉시 싸우면 돼요.
‘화가 났다고요? 멤버들의 장난이 너무 심해 참을 수가 없었다고요? 그럼 주먹을 꽉 쥐면 돼요. 그 다음에 어떻게 하냐고요? 어렵지 않아요. 시원하게 한 방 날리면 돼요. 다치면 어떻게 하냐고요? 괜찮아요. 매니저 형들이 더 세게 때려줄 거예요. 나중에 어색해지면 어떻게 하냐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실컷 싸우고 어깨동무하면 화해하는 거예요. 우리들만의 약속이에요.’
혈기 왕성한 청년 6명이 모였으니 조용할 날이 없어야 오히려 자연스럽다. 싸움의 현장에 함께 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영어랩을 담당하고 있는 에릭. 조용하게 자신의 4차원 행위를 만끽하는 그는 욕조에서 시체놀이 하기, 비데 물 온도 높여 항문에 화상 입히기, 차창 밖으로 멤버 들이밀기 등의 고상한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여가 활동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야속한 멤버들 때문에 에릭은 속앓이를 했지만 소소한 말다툼을 벌인 후 이제 조금씩 정상인의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어린 왕자 이미지 신혜성은 알고 보면 욕쟁이 할아버지다. 철학이 담긴 욕은 정이 되는 훈훈한 우리의 정서가 전제된다면 신혜성은 욕을 통한 자아성찰로 어른이 된 셈이다. 욕쟁이 할아버지 신혜성의 단점은 술을 마시면 한 얘기를 무한 반복 한다는 것. 쿨가이 민우도 두 손 두 발 들게 만든 그의 앵무새 신공은 결국 매를 불렀다. 이민우가 날린 한 방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진한 몸의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싸우면 매니저들이 힘들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한숨에 신화는 담담하게 말한다. “그래서 매니저 형들이 저희를 때려가면서 진정시켰다”고 말이다. 매니저가 때려치라면 때려치겠다고 말하는 순수함은 싸우고 돌아서자마자 어깨동무를 하며 화해하는 신화를 만들었다.
 
2. 인기 많은 멤버가 양보하면 돼요.
‘미아동에 사는 임모 씨의 사연입니다. ‘제 친구가 저보다 인기가 많아서 샘이나요. 전에는 친하게 지냈는데 이제 새로 사귄 친구들하고 더 가깝게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외톨이가 됐어요. 저도 인기가 많아지고 싶어요’라고 보내주셨습니다.'
신화가 데뷔할 때는 다 같이 신인 아이돌그룹 신화의 멤버일 뿐이었다. 하지만 재계약을 앞두고는 대중적인 기준에 따라 인기 많은 멤버와 아닌 멤버로 갈렸다. 충분한 갈등 상황에서 신화가 선택한 방법은 솔직하게 털어놓기. 가장 먼저 재계약 제의를 받았던 혜성과 민우가 멤버들을 만나 사실을 밝혔고 당시 상종가를 치고 있던 에릭은 자기 몸값을 공개했다. 술을 마시면 나체로 아파트 계단을 뛰어다닌다던 전설의 리더 에릭이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 것이다.
에릭은 자신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멤버 전원 같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는데 힘썼다. “젝키, H.O.T가 갈라서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에릭은 신화가 유지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와중에 슬픈 사연은 ‘한국의 어셔를 만들어 주겠다’던 제안을 뿌리친 이민우와 거액의 계약금을 포기한 에릭, 가장 먼저 재계약 제안을 받았던 신혜성과 달리 김동완은 재계약과 관련한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웃으면서 말하는 농담거리가 되었지만.
3. 너무 빨리 1위하지 않으면 돼요.
‘SM엔터테인먼트 비밀병기인데 데뷔해서 1위를 못했다고요? 청소년 문제의 해결사가 되겠다면서 데뷔했는데 청소년들이 아직 내 이름을 모른다고요? ‘으쌰으쌰’로 귀엽게 변신했는데 전국적인 수해로 방송 활동을 못했다고요? 괜찮아요. 훅 떴다 훅 지는 아이돌그룹 대란 속에서 은근히 데워져서 끝까지 가는 뮤지션이 됐잖아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방송인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 이후 처음으로 대본을 찢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신화에게 틀에 박힌 대본 따위는 개나 줘버려도 좋은 장식일 뿐이다. 떡밥이 되어도 당당하게 되어주겠다는 신화의 거친 매력은 순탄하지 못했던 데뷔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SM의 비밀 병기라는 소문이 무성한 상태에서 데뷔한 신화는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인기를 누렸다. 타이틀곡 ‘해결사’는 첩첩산중인 문제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고 H.O.T의 ‘캔디’ 급의 인기를 노리며 선보인 ‘으쌰으쌰’는 수해로 활동에 난항을 겪었다. 뭘해도 안 되던 신화의 1집은 초라하기 끝났다. 그러나 1년 뒤 상황이 급변했다. 트윙클링 오브 파라다이스, ‘T.O.P’로 컴백한 신화는 소녀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고 후속곡 ‘요(YO)’로 악동 같은 친근함을 과시했다.
이제와 돌아보건데 신화에게 1인자, 정상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랐던 것은 아니었다. “신화가 우리의 라이벌이었다”는 H.O.T의 늦은 고백에 신화는 몸을 낮추고 답한다. “서태지 이후 H.O.T만큼의 파장은 없었다. 라이벌로 인정해준다고 했지만 H.O.T는 정점을 찍었다. 신화는 정점을 찍었다고 하기엔 2인자 느낌이 강했다. 늘 본받고 싶은 선배로 H.O.T를 바라본다.”
신화는 지난 5일 4년 만에 공식 컴백을 알리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오는 23일 데뷔 14주년을 맞이하는 이들은 10집 앨범 ‘비너스’로 다시 한 번 인기 몰이에 나선다. 어린왕자 이미지 신혜성, SF 만화 이미지 전진, 영어랩 에릭, 샤이가이 앤디, 위트가이 김동완, 쿨가이 이민우까지 혜성처럼 전진하는 여섯 남자가 모여 신화가 됐다. 오빠를 외치던 단발머리 여고생은 사회인이 되어 내 남자를 찾아 떠났지만 오빠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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