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류현진이 아니었다. 영락없는 류현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투수. 한화 2년차 좌완 유창식(20)이 마운드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였다.
유창식은 지난 22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에서 선발 류현진에 이어 6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3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쳤다. 투구수는 40개에 불과했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특히 마지막 4타자 연속 삼진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 시즌 활약을 예고하는 호투였다.
▲ 평균 143.5km 강속구 회복

고무적인 건 볼 스피드였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어깨 염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시즌 때도 100%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어깨 상태가 회복되며 스프링캠프 때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다. 두산전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 평균 구속이 143.5km나 나올 정도로 빨랐다. 3이닝 동안 꾸준하게 빠른 공을 원하는 곳에 뿌렸다.
스스로도 구속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그는 "캠프 때부터 훈련을 많이 소화했다. 시즌 때도 이 정도 스피드만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2010년 리그를 지배한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이 141.5km. 좌완으로서 140km대 초중반 구속을 꾸준히 던진다면 상대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슬라이더도 이날 최고 구속 138km까지 나올 만큼 스피드가 있었다.
아울러 기존의 각도 큰 슬라이더 외에도 서클체인지업과 커브도 시험하고 있다. 서클체인지업은 류현진, 커브는 송신영에게 배운 것이다. 유창식은 "서클체인지업은 1~2개씩 던지는 수준이다. 확실하게 던질 만한 수준은 아니다. 커브는 작년에 던지지 않았는데 올해 몇 개 던져보니 괜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유창식은 110km대 슬로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 류현진 아바타 되나
유창식은 커브를 구사한 이유를 '여유'에서 찾았다. 그는 "작년에는 커브를 던질 여유가 없었다. 올해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회복되고 직구 구위에 힘이 붙으며 자신감이 생겼다. 마운드에서 조금씩 여유도 보인다. 류현진처럼 마운드에서 능구렁이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와인드업 후 키킹 동작에서 한 템포 죽이는 움직임이 류현진과 매우 흡사하다.
유창식은 "현진이형 투구폼을 따라해본 것"이라고 웃은 뒤 "캠프 때부터 함께 하며 현진이형 투구폼을 따라하게 됐다, 키킹 동작 때문에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직 많이 비슷한 것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투구폼은 물흐르듯 부드럽고 무리가 가지 않는 교과서적인 폼이다. 고교 시절부터 "현진이형을 닮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유창식에게 류현진은 교본과 다름없다. 올해 처음 캠프를 함께 하며 바로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호투한 유창식을 향해 류현진도 "진작 그렇게 던지지"란 농담으로 자신의 아바타가 될 후배를 격려했다.
그러나 유창식은 고민이 남아있다. 바로 컨트롤이다. 두산전에 대해서는 "던지다 보니 제구가 잘 됐다. 밸런스가 좋았다"며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다음 경기에서 던져봐야 안다. 컨트롤만 잘 되면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피칭을 했지만 밸런스 유지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들쭉날쭉한 제구가 고민이었던 만큼 제구력 향상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 류현진이 가장 자주 하는 말도 바로 "절대 볼넷을 주지 말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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