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탐색전인가.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는 지난 21일 청주 롯데전에 선발등판했지만, 홈런 포함해 3⅓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지난 14일 SK와의 연습경기 2⅔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부진한 피칭으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 시범경기는 탐색전

연이은 부진 속에서도 박찬호는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이고, 적응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달라진 환경에서 각 팀의 새로운 타자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에서만 활약한 박찬호에게 한국프로야구의 타자들은 분명 생소하고 낯선 존재들이다.
박찬호는 "경기를 할 때마다 새롭다. 정보를 들은 것과 직접 던질 때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롯데전에서 4회 1사 후 낮은 공에 강한 박종윤을 상대로 '일부러'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낮은 공에 강한 타자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일부러 낮은 공을 던졌다. 직구 타이밍이었지만, 변화구를 던지다 맞았다"고 했다. 연습경기 SK전과 이날 롯데전에서 박찬호는 직구(65개)보다 변화구(77개)를 더 많이 구사했다.
이것저것 실험하는 단계에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찬호는 "이 기간 많이 맞아야 상대를 알 수 있다. 훈련 기간이고 승패가 중요치 않다"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디테일 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담없는 시범경기에서 상대를 알아가고, 자신의 무기를 시험하고 검증하는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한대화 감독도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연구가 필요하다"며 박찬호의 생각과 일치한 의견을 냈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시범경기이고 준비 과정이기 때문에 결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금이 여러 가지를 시험할 수 있는 시기"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은 보완해야 한다. 팔 각도가 내려가 타점이 낮아졌다. 영상을 보며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많이 보여주면 불리해진다
박찬호도 상대를 알아가지만 상대도 박찬호를 알아간다. 알아가는 만큼 감추는 것도 중요하다.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의 선발등판 날짜를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미리 노출되면 좋을 게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롯데전에서 박찬호가 가장 아쉬워했던 것도 1회에만 36개의 공을 던진 부분. 그는 "투구수가 많아지고, 공을 많이 보여주면 투수가 불리해진다"고 경계했다. 타자들이 그의 공을 자주 보며 눈에 익숙해지면 공략당할 여지가 높아진다.
롯데전에서 나타나듯 22개의 파울 그것도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만 10개나 할 정도로 끈질긴 타자들의 컨택 능력은 박찬호에게 부담스런 대목. 박찬호도 "한국 타자들은 공을 기다릴 줄 알고 유인구에도 잘 속지 않는다. 선구안이 좋다는 걸 느꼈다"고 인정했다. 올 시즌 내내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커트를 의식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을 던진 게 되면 볼이 된다"는 말로 피해가지 않고 정면승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찬호는 남은 시범경기 8경기 중 2경기 정도 선발등판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여러 가지를 시험하며 준비하고 알아가는 탐색전의 과정이지만, 계속된 부진은 자칫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민철 코치도 "시범경기라고 해서 맞고 싶은 투수는 없다"고 했다. 박찬호도 "너무 많이 맞으면 슬럼프가 길어질 수 있다"며 약간의 걱정을 드러냈다.
한대화 감독은 "너무 잘 던지려하다 보니 힘이 들어가고 제구가 되지 않는다.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박찬호도 "단순하게 생각해야 할 듯하다. 다양한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편한 마음가짐으로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시범경기이고, 탐색전의 의미가 강하다. 진짜 탐색전이 되려면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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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