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타고나지만 수비는 만들어진다'는 야구계 격언이 있다. 올해도 이 격언을 몸으로 보여줄 선수들이 있다. LG 유격수 오지환(22)과 한화 3루수 이여상(28)이 바로 그들이다.
오지환과 이여상은 수비가 불안한 선수들이었다. 오지환은 풀타임 주전 첫 해였던 2010년 실책 27개로 고개를 떨궜다. 이여상도 실책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겨울 혹독한 훈련으로 올해는 확 달라진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업그레이드된 수비력을 입증하고 있다. 오지환은 5경기에서 홈송구 미스로 실책 하나를 기록했으나 공을 향한 부드러워진 스텝과 연결 동작으로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이여상은 미국·일본 연습경기부터 20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에서 나타나듯 무결점 수비로 한화 핫코너의 수호신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지환과 이여상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새로운 '과외선생'이 붙었다. 오지환에게는 유지현 수비코치, 이여상에게는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가 전담으로 집중적인 훈련을 시켰다. 하루 1000개가 넘는 펑고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수없이 나뒹굴었다. 이여상은 "거품을 물었다"는 말로 훈련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표현했다.
땀 흘린 만큼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오지환은 불안정한 스텝과 공을 두 손으로 잡는 기본기부터 새로 시작하며 눈에 띄게 안정됐다. 3루수-유격수 사이로 흐르는 타구와 강습 타구에 약했던 이여상은 공을 향해 달려가는 공격적인 수비로 돌파구를 찾았다. 상체가 아니라 발부터 먼저 공을 향해 움직이는 게 공통점이다.
코칭스태프에서도 만족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LG 김기태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 각각 오지환과 이여상에 대해 "수비가 좋아졌다"고 만족스러워한다. 유지현 코치는 "안 좋은 습관을 고치는데 중점을 뒀는데 잘 따라와줬다. 마지막 실전 단계"라고 칭찬했고, 후쿠하라 코치는 "노력한 만큼 수비 자세가 많이 안정됐다. 이제는 실력으로 나타날 때가 됐다"고 격려했다.
SK 시절 정근우와 최정의 수비훈련을 도맡은 후쿠하라 코치는 "수비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지속적으로 밟아 나가야 한다"며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진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정근우와 최정도 원래는 수비가 불안했지만 이제는 최고의 수비수가 됐다. 수비는 하면 된다. 시간이 걸리지만 점점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력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2006년까지 정근우와 최정은 수비에서 물음표가 붙어있는 선수들이었다. 정근우는 송구가 들쭉날쭉했고, 최정은 캐치부터 모든 게 불안했다. 하지만 혹독한 반복훈련으로 이제는 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자랑한다. 지난 겨울부터 구슬땀을 흘린 오지환과 이여상도 그라운드에서 땀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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