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크왕' 김현민의 좌충우돌 수훈 인터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23 08: 16

"오늘을 생일로 바꿔야겠어요. 계 탄 날이네요".
부산 KT 신인 포워드 김현민(25,199cm)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1라운드 7순위에 지명될 만큼 큰 기대를 모았다. 뛰어난 신체 조건과 발군의 운동 능력을 갖춘 김현민이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기술적 완성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정규시즌 기록은 평균 8분 14초 출전에 3.9득점 2.1리바운드. 오세근(KGC)-김선형(SK) 등 프로데뷔 신인 동기가 펄펄 나는동안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서 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김현민이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KT는 지난 2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주전 슈팅가드 조성민의 활약으로 83-67로 승리를 거뒀다. 이미 안양에서 2연패를 당하고 왔기에 남은 세 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패해도 챔프전 티켓을 내줘야 할 상황.
이때 기대하지 않았던 김현민이 깜짝 활약으로 스타가 됐다. 2쿼터에 주전 포워드 송영진이 파울 3개로 잠시 벤치로 들어가며 김현민은 코트를 밟았다. 이후 김현민의 쇼가 펼쳐졌다. 위기 때마다 깔끔한 속공에 이은 골밑슛으로 득점을 올렸고 상대 기선을 제압하는 덩크도 두 개나 터트렸다.
또한 오세근의 슛을 블로킹하는 등 수비에서도 큰 활약을 보였다. 이날 김현민이 거둔 성적은 14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큰 경기서 좋은 활약으로 팀을 구해낸 김현민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올 때부터 어색한 표정이었다. 올스타전서 국내선수 덩크슛 컨테스트 1위에 올라 인터뷰를 한 적은 있었지만 경기 수훈선수로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 게다가 중요한 경기에서 활약을 펼쳤기에 더욱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때부터 김현민의 좌충우돌 입담이 펼쳐졌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며 슬쩍 운을 뗀 김현민은 이날 활약을 자축이라도 하듯 "생일을 오늘로 바꿔야겠다. 계 탄 날"이라며 활짝 웃었다.
올스타전 덩크왕과 이날 수훈선수 선정 가운데 무엇이 더 기쁘냐는 질문에 김현민은 한참 고민을 하다 "박빙이죠"라는 대답을 내놨다. 그러자 옆에 함께 있던 팀 선배 조성민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오늘이 낫잖아"라고 김현민을 압박했고, 그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 이날 활약으로 얼마나 자신감을 얻었냐는 질문에 김현민은 "한 경기 갖고 털었다고 말 못한다"면서 계속 조성민의 눈치를 살폈다. "왜 저를 이렇게 쳐다보시냐"며 울상을 짓는 김현민을 두고 조성민은 대견한 듯 "대박이지"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아랑곳 않고 김현민은 "이전까진 사실 기가 죽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젠 예전 모습을 잊고 싶다"고 했다.
또한 오세근의 슛을 블로킹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같은 신인이기에 경쟁심을 느낄 법도 하건만 김현민은 특별한 소감이 있냐고 묻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오세근이 특별해요? 그냥 친구일 뿐인데"라는 우문현답을 내놨다.
자주 꾸지람을 듣는다는 전창진 감독에게는 "칭찬과 욕을 섞어가며 해 달라"는 당찬 부탁을 내 놓은 김현민.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한층 성장한 김현민이 위기에 빠진 KT호를 또 다시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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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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