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코미디를 표방하는 드라마 ‘더킹 투하츠’가 식상하지 않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무릎을 치게 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 2회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전개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앙숙으로 티격태격하던 남녀 주인공이 계기도 없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펼쳐졌지만 이는 다행히도 허를 찌르는 반전을 위한 제작진의 ‘밑밥’이었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이날 ‘더킹 투하츠’는 남한 왕자 이재하(이승기 분)가 북한 장교 김항아(하지원 분)에게 단시간에 그것도 이유 없이 흠뻑 빠진 것처럼 그려졌다.

항아는 이날 훈련이 끝난 후 화장을 하고 남자를 만나러 갔지만 상처만 받고 돌아왔다.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 남자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는 항아에게 재하는 “내 눈에는 김항아 씨가 여자로 보인다”면서 갑자기 키스를 시도했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법칙대로 항아는 재하의 키스를 당황하며 거부했다.
그리고 난데없이 재하는 항아가 잠든 사이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재하의 행동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항아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면서 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항아를 ‘빨갱이’라고 일컬으면서 싫어하는 재하가 키스까지 하는 것은 억지스러웠다. 그 순간 항아는 물론이고 시청자들마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상황이 펼쳐졌다. 바로 재하의 목덜미 키스는 항아의 꿈이었던 것.

재하는 항아에게 “넌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이런 안하무인 재하가 나중에는 정말 항아에게 푹 빠져 달콤한 사랑 고백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킹 투하츠’는 식상한 전개를 피하기 위해 한번 비틀면서 묘미를 살렸다.
이 드라마의 비틀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남북의 화해를 방해하는 다국적 군사복합체 클럽 M의 수장이자 재하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김봉구(윤제문 분)의 악랄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긴 대사보다는 마술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이용했다. 봉구는 한 남자에게 아내와 아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죽을 수도 있는 칼을 겨누는 마술을 웃으면서 보여줬다. 이 장면은 극의 전개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봉구의 향후 악행을 예고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캐릭터 역시도 비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매사 장난스럽고 세상사에 관심 없어 보이는 철없는 왕자 재하가 사실 입헌군주제 불신으로 인한 냉소가 가득하다는 것은 앞으로 재하가 클럽 M의 계략으로 남북의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어떤 처신을 할지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더킹 투하츠’는 ‘베토벤 바이러스’ 이재규 PD와 홍진아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방영 전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으로 인해 ‘궁’의 후속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달리 ‘더킹 투하츠’는 뻔하지 않은 전개로 사랑을 받고 있다. 입헌군주제 외에도 남북 화해라는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마저도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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