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아티스트'가 '휴고'를 제치고 노른자상을 횝쓸자, 많은 평론가들은 '아날로그의 승리'라 평했다. 21세기 최초로 대사 없이 음악만 나오는 흑백영화가 최첨단 3D 영화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
이런 아날로그의 감성이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3월 말 극장가는 직접적으로 관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복고 아날로그 열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영화 '건축학개론'과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이 그 작품들로 23일 오후 기준, '건축학개론'은 37.1%, '언터처블 :1%의 우정'은 24.7%로 예매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주연 '건축학개론'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한 첫사랑에 대한 향수를 끄집어낸다. 건축가 승민(엄태웅 분) 앞에 15년 만에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는 서연(한가인 분), 두 사람이 함께 집을 완성해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도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새로운 감정을 쌓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감성적 소재에 '건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녹여냈다. 시사회 후 쏟아지는 호평과 함께 강력한 입소문으로 일찌감치 흥행을 예감케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CD 플레이어에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들으며 사랑을 키우던 그 때 그 시절의 아련한 향수가 보는 이의 마음을 방망이질한다. 3D 같은 기술적 혁신이나 장르적 세련미를 갖춘, 혹은 구성적으로 독특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담담하고 침착하고 군더더기 없이 사랑에 대한 감정을 습작하던 그 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언터처블'은 상위 1% 귀족남 필립과 하위 1% 무일푼 드리스의 생애 가장 특별한 1%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이미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에선 돌풍을 일으키며 흥행을 입증한 바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의 우정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놓는다. 남자들의 '진한 우정'이 재치있는 에피소드들 속에 잔잔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 잔잔함의 파장은 증폭된다.
역대 네티즌 평점 1위를 기록했던 영화 '세 얼간이'의 기록을 갈아치우는가 하면, 개봉과 동시에 '블랙스완'이 단단히 지키고 있던 외화 개봉일(22일 4만 6,218명)스코어를 경신하며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사랑과 우정, 그 '영원불멸한 가치'를 말하는 두 따뜻한 작품이 어떤 자극보다도 강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장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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