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이제훈 연기력 논란, 영화-드라마 '온도차'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3.23 17: 19

[OSEN-최나영 기자] #1. 영화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끝나자 여기저기 '역시 이제훈'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 해 영화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고 충무로의 '유망주'로 떠오른 이제훈은 특히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눈빛연기가 일품이란 평을 들었다. 이 작품에서도 첫사랑에 몸살을 앓는 청춘을 세밀한 감정표현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 이제훈이 처음으로 주연급으로 출연한 SBS 드라마 '패션왕'이 지난 19일 전파를 타자 이제훈이 갑자기 연기력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과묵하고 시크한 성격의 재벌 도련님 정재혁 역을 맡은 그의 표정이 너무 딱딱해 감정 이입을 방해한다는 것. 연기가 어색하다는 반응의 기사가 몇몇 있었고, 이에 네티즌이 다양한 반응을 늘어놓으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상반된 두 모습이다. 한 편에서는 극찬, 한 편에서는 연기력 논란이다. 이는 영화-드라마 장르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는 캐릭터의 변화를 온전히 2시간 가량에 보여줄 수 있다. 대부분 사전에 책(시나리오)이 주어져 준비할 기간이 있다. 촬영하면서 캐릭터나 상황이 변하는 부분이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배우에게 캐릭터 분석을 할 시간이 훨씬 많이 주어진다.
반면 드라마는 그 속도와 리듬감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쪽대본처럼 실시간 대본이 아니더라도 연습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고, 기술적으로 TV 연기를 요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더욱 차이가 나는 것은 캐릭터다. 영화 속 인물은 관객들이 그 변화를 예상할 수 없을 때도 많고, 많이 본 캐릭터라 하더라도 배우에 따라 느낌의 변화가 크다. 반면, 드라마의 캐릭터는 캔디녀, 재벌남, 악녀, 키다리 아저씨 등 살짝 비튼다고 해도 대부분 공식처럼 정형화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초반부는 그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연기력을 평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다.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에게 설레하고 가슴뛰고 아파하고 좌절하는 승민을 러닝타임 내내 바라본 관객들은 '패션왕'1, 2회분에서 대사가 거의 없고, 표정도 다양하지 않은 재벌남 재혁을 보는 것에 상당한 차이를 느낄 법 하다. 더욱이 아직까지 극중 재혁이 보여준 감정의 폭은 현저히 적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드라마는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가도 후반부에 다시 극찬으로, '극과 극' 변동이 심한 편이다. 이는 드라마가 매회 네티즌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는 것과 맞닿아 있다.
'건축학개론'의 수지(미쓰에이) 역시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세찬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다가 이번 '건축학개론'에서는 여배우의 아우라가 보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시간의 흐른만큼, 수지 자체의 연기력이 성숙한 부분이 있겠지만, 장르적 차이 역시 큰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연기자 역시 드라마에서 종종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베테랑이라 불릴 만한 한 여배우는 "드라마는 하도 논란이 많아 솔직히 출연이 두렵기도 하다. 물론 영화에서 잘 하는 배우들이 드라마에서도 잘 하는게 보통이지만, 드라마 같은 경우 작은 것에도 시청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한 회 한 회 반응의 변동이 심해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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