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쿠어스필드'에서 이승엽(36·삼성)과 김태균(30·한화)이 대포 전쟁을 벌인다. 24~25일 청주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 삼성의 시범경기 2연전이 그 무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벌이즌 전초전 성격의 맞대결이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2001~2003년 각각 삼성과 한화 소속으로 한국프로야구에서 같은 시기에 뛰었다. 2001년 이승엽이 36홈런으로 3번째 홈런왕을 차지했을 때 김태균이 20홈런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2003년 이승엽이 56홈런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울 때에는 김태균도 데뷔 첫 30홈런(31개)을 돌파했다.
2004년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한 후 김태균은 '포스트 이승엽'으로 기대를 모았다. 2005년 생애 첫 1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후 "승엽이형이 있을 때 상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앞으로 승엽이형을 뛰어 넘는 선수가 되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승엽은 김태균에게 넘고 싶은 산 같은 존재였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한국에서 함께 뛴 2001~2003년 3년간 총 44경기에서 맞붙었다. 당시에는 이승엽과 김태균의 맞대결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 44경기에서 김태균은 7홈런을 쳤지만 이승엽은 김태균의 두 배 넘는 16홈런을 터뜨렸다. 1경기 2홈런도 2경기나 될 정도로 이승엽의 폭발력이 대단했다. 김태균은 아직 설익을 때였고, 이승엽은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였다.
김태균이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한 2010년 이후 일본에서 맞붙은 2년은 오히려 달랐다. 같은 경기에 뛴 건 4경기 뿐이지만 2010년 5월16일 도쿄돔 경기에서 김태균이 시즌 11~12호 투런 홈런 2방을 이승엽이 보는 앞에서 작렬시켰다. 김태균이 정점에 오르고, 이승엽이 조금씩 정점에서 내려오는 때였다. 6살의 나이차가 증명한다.
두 선수는 지난해를 끝으로 길고 짧은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왔다. 이승엽이 8억원의 연봉으로 8년 만에 역대 최고 연봉을 갈아치우자 김태균이 역대 최고 연봉 15억원에 계약하며 화제를 뿌렸다. 시범경기에서도 이승엽이 첫날 잠실 LG전에서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자 김태균도 이튿날 스리런 홈런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손꼽힌다. 이승엽은 역대 최다 5차례 홈런왕을 차지한 거포 중의 거포이고, 2008년 첫 홈런왕을 차지한 김태균도 만 30세 전성기 나이가 강점이다. 시범경기에서 터뜨린 첫 홈런도 그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잘 나타낸다. 이승엽은 비거리 130m 장거리 대형 홈런, 김태균은 총알 같이 날아가는 라이너성 홈런으로 복귀포를 신고했다.
'한국판 쿠어스필드' 청주구장에서 만나게 된 것도 흥미로운 대목. 청주구장은 좌우담장은 100m이지만 중앙 담장이 110m에 불과한 미니 구장. 물론 이승엽이 아직 완벽한 스윙 궤도를 찾지 못했고, 김태균도 발목이 좋지 않아 당장 정상적인 대결이 되기는 어렵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이고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두 거포의 공식 경기 첫 만남만으로도 올 시즌 대포 전쟁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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