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체인지업이 하나가 아니더라. 역회전 되어 떨어지는 것도 있고 커터 궤적으로 꺾여 떨어지는 것도 있었다".
선수 본인은 투구 후 직구 제구가 안 되었다는 점에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는 처음 보는 서클 체인지업 궤적에 감탄하며 '역시'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12시즌 류현진(25. 한화 이글스)의 서클 체인지업이 진화되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는 횟수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두산 베어스와의 청주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75개(스트라이크 46개, 볼 29개)의 공을 던지고 2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최고 구속은 147km였고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은 좌타자 바깥쪽에서 꼬리를 그리며 스트라이크존을 걸치는 등 변화구 구사력과 제구력도 나쁘지 않았다.

경기 후 류현진은 “시범경기이기는 해도 홈런에 볼넷까지 내줬다”라며 다소 실망한 기색을 비춘 뒤 “체인지업 구사가 잘 되지 않아 홈런을 내줬다. 항상 볼넷을 내주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전체적으로 제구가 높게 되었다. 실투로 홈런을 내주는 등 22일 경기서 보여준 단점을 차근차근 고쳐나가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5회 양의지에게 내준 체인지업(129km) 만이 몰렸을 뿐 투구 내용을 보면 다른 체인지업은 대체로 제구가 잘 된 편이었다.
오히려 류현진의 22일 투구는 직구 제구가 높았던 편이었다. 22일 경기 중앙석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분석한 윤혁 두산 운영팀 차장은 "직구는 다소 높은 편이었다. 컨디션이 썩 좋은 편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서클 체인지업이 정말 흥미로웠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원래 류현진이야 서클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인데 22일 시범경기를 보고 또 깜짝 놀랐다. 대개 역회전되어 꺾이는 서클 체인지업과 달리 슬라이더처럼 순방향으로 꺾여 떨어지는 공도 있었다".
'OK'를 하는 듯한 손동작에서 공을 감싸쥐어 'OK볼'로도 불린 서클 체인지업은 대체로 싱커처럼 역회전되어 꺾여 떨어지는 구질이다. 류현진도 2006년 데뷔와 함께 선배인 구대성으로부터 이 공을 배웠고 첫 해부터 실전용으로 제대로 구사하며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를 응용해 서클 체인지업의 궤적을 달리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는 것이다. 워낙 움직임이 좋은 공을 반대로 구사한다는 것은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응용력이 정말 대단한 녀석이더라. 어떻게 서클 체인지업에서 끝에 움직임을 그렇게 조절하지. 손놀림이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건가". 2012시즌 류현진의 명품 서클 체인지업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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