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경기 취소' 청주구장, 이대로 괜찮은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3.24 11: 49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그러나 또 경기 취소였다.
24일 청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와 삼성의 시범경기가 취소됐다. 지난 17일 한화-넥센전, 23일 한화-두산전에 이어 벌써 3번째 경기 취소. 이전 2경기는 우천 취소로 발표됐지만 이날 경기는 그라운드 사정이 취소 사유가 됐다. 비가 내리지 않는데 우천 취소로 통보할 수는 없었다.
이날 경기는 이승엽(삼성)과 김태균(한화)의 국내 복귀 첫 대결로 관심을 모은 한판. 주말을 맞아 청주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첫 경기였던 18일 한화-넥센전은 청주구장 최초로 시범경기 7500석 만원 관중이 들어찰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그러나 팬들의 열정을 채우기에 경기장이 미비했다. 중고교야구와 사회인야구 등으로 연중 300일 넘게 개방돼 있는 청주구장의 그라운드 잔디는 빛이 바래고 풀이 죽을 대로 죽었다. 배수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조금만 비가 내려도 일순간 진흙탕이 되기 일쑤. 프로 수준으로 보기 힘들다.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은 청주구장에 대해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또 다른 선수들은 "말도 마라. 나아진 게 없다"고 답답해 한다. 비 온 뒤 하루가 지나도 굳지 않고 질퍽질퍽한 땅을 보며 모두가 혀를 끌끌 찬다. 자연스레 부상의 위험도 높아진다. 18일 넥센전에서 김태균이 수비 중 넘어진 것도 고르지 못한 땅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시범경기는 정규시즌은 아니지만 팬들과 약속한 공식경기.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봄햇살과 같은 시기다. 코칭스태프는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페이스와 기량을 테스트하고, 신진급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어필할 수 있는 경연장이다. 그러나 거듭된 취소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비도 아니고 그라운드 사정이 그 이유라면 더욱 맥 빠진다.
한화는 홈구장으로 쓰는 대전구장 리모델링 공사로 4월 한 달간 청주구장에서 홈경기를 소화한다. 대전구장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고 5월 11일 한화-롯데전을 마치는 대로 청주구장도 최신식 인조잔디를 깔고 그라운드를 정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왕하는 것 빨리 했어야 했다. 4월 청주구장 경기는 지난해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광주구장은 1월부터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바꾸는 작업에 한창이다. 시즌 개막에 맞춰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 사이 청주구장은 손놓고 있었다. 야구장을 바꾸는 건 시간이 아닌 의지의 문제. 청주구장의 열악한 인프라로는 열성적인 청주팬들의 야구 열기를 채우기에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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