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경기장 들어오는데 관중석에서 날 부르더라니깐".
지난해 말 LG 트윈스로 옮긴 김무관(57) 타격코치는 국내에서 이 부문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특히 2006년부터 롯데 자이언츠 타격코치를 맡아 리그 최고의 핵타선으로 키워낸 일등 공신이다. 오죽했으면 오릭스로 떠난 이대호가 롯데 시절 입버릇처럼 "김무관 코치님은 아버지같은 분"이라고 말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렇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지난해 말 김무관 타격코치는 롯데와의 계약에 실패한 뒤 LG로 팀을 옮겼다. 바로 신임 LG 김기태 감독의 요청에 의한 것. 이에 아쉬워 한 것은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팬들 역시 강력한 타선을 구축해 준 김 코치의 이적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마침 24일 사직경기는 롯데와 LG의 첫 경기가 있는 날이다. 롯데는 사이판과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고 LG는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렸기에 함께 연습경기를 가질 기회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날 두 팀의 시범경기가 올 시즌 첫 대면인 셈이다. 동시에 김 코치는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처음으로 친정팀과 경기를 갖게 됐다. 이에 홍성흔·조성환 등 롯데 타자들은 김 코치를 찾아가 반갑게 인사를 한 뒤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LG 유니폼을 입은 김 코치는 "롯데 팬에게 혼이 났다"면서 겸연쩍은 경험을 소개했다. 얼마 전 잠실구장 관중석에서 한 관중이 김 코치를 부르더란다. 그래서 돌아보니 그 관중은 슈퍼맨처럼 점퍼 지퍼를 내리고 안에 입은 후드티의 가슴팍에 새겨진 'GIANTS'를 김 코치에 보였다고 한다. "코치님, 와 가셨는데예"라고 외치는 그 팬을 애써 외면하며 돌아서던 김 코치의 등 뒤로 들린 한 마디, "마, 본 김에 사인이나 해 주고 가이소".
김 코치는 "그럽시다"라고 사인을 해 주고 입맛을 다시며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제는 홈그라운드가 된 잠실구장에서도 열정적인 롯데팬을 만났으니 자연 사직구장에선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김 코치는 "안 그래도 관중석에서 내 이름을 부르더라"며 롯데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싫지는 않았는지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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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