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악의 구장은 어디일까. 아마도 한화가 제2의 홈으로 쓰는 청주구장일 것이다. 시범경기를 통해 청주구장의 열악한 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화는 시범경기가 벌써 3경기째 취소됐다. 지난 17일 넥센전과 23일 두산전에 이어 24일 삼성전까지 8개 구단 중에 유일하게 3경기나 취소됐다. 취소된 장소는 모두 청주구장. 투수들의 페이스를 점검하고, 주전 외야수 후보를 낙점해야 할 중요한 시범경기 기간에 경기를 제 때 치르지 못하니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나 맥이 빠진다.
문제는 프로 수준이라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청주구장에 있다. 24일은 가관이었다. 이날 오전 8시쯤 청주 지역 비는 그치고, 조금씩 해가 뜨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는 취소됐다. 그라운드 사정이 취소 사유였다. 우천으로 취소된 2경기도 비보다는 그라운드가 문제였다. 조금만 비가 내려도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수준이다.

비가 오면 청주구장 그라운드는 갯벌을 연상시킬 정도로 땅이 질퍽질퍽하다. 잔디의 빛이 바래고, 풀이 죽을 대로 죽어 흙밖에 남지 않았다. 배수 시설도 갖춰져있지 않아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인다. 비가 오면 하루가 아니라 이틀을 쉬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청주구장의 현실이다.
지난 1979년 완공된 청주구장은 올해로 34년째 된 오래된 구장이다. 몇 차례 개보수를 했지만 문제는 관리다. 가장 최근에는 2007년 50억 원을 들여 개보수 작업을 했지만, 관중석을 등받이 좌석으로 교체하고 본부석 위치를 뒤로 당기는 것 정도에 그쳤다. 정작 선수들이 뛸 그라운드 관리나 배수 시설이 미비했으며 전광판도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잦다. 비좁은 라커룸은 말할 것도 없다. 땅이 고르지 못하고 딱딱해 부상의 위험도도 높다.
청주구장은 2010년 11월에도 강풍으로 조명탑이 무너지며 복구 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복구 예산 확보가 늦어져 조명탑이 무너진 뒤 5개월이 지난 2011년 4월에야 공사에 들어갈 정도로 늑장 행정이 문제였다. 중고교야구-사회인야구로 연중 300일 이상 개방된 탓에 잔디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무책임에 가깝다. 지난해부터 청주구장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시범경기부터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다. 1월부터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해 시즌 개막에 맞추고 있는 광주구장과 비교된다.
오는 5월 11일 한화-롯데전을 끝으로 청주구장은 최신식 인조잔디를 깔고 개보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인조잔디만 깐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라커룸과 편의시설 그리고 자주 마비되는 전광판까지 전면적으로 보수해야 한다.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후로 각종 장비를 싣고 숙소로 이동하는 한화 선수들에게 청구주장 홈 어드밴티지는 열성적인 청주팬들뿐이다. 열악한 청주구장의 인프라는 어드밴티지가 아니라 핸디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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