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김희선 인턴기자] 많은 이들이 '단두대 매치'라고 불렀던 경기에서 한 선수의 발 끝에 대전이 울고 웃었다.
지난 24일 숭의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라운드 경기서 대전 시티즌은 홈팀 인천 유나이티드에 1-2로 패하며 시즌 첫 승의 꿈을 허무하게 날렸다.
대전으로서는 김남일-설기현 콤비가 합작한 첫 실점보다 PK로 내준 두 번째 골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유상철 감독이 강조한 '수비 조직력'이 허점을 드러내면서 주지 않아도 되는 실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PK를 내준 주인공은 허범산(23)이었다. 후반 들어 선제골을 허용한 대전은 골을 터뜨리기 위해 인천의 골문을 겨냥해 바싹 전진해 있었다. 자연스레 수비와 간격이 벌어지면서 인천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길을 터주고 말았다. 김재웅이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돌파해나가는 사이, 뒤늦게 수비에 가담한 허범산이 김재웅에게 파울을 범하며 PK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줄 필요 없는 파울이었고, 잃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하지만 0-2 상황에서 추격의 희망에 불을 붙인 것도 허범산이었다. 허범산은 후반 21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경득이 인천 권정혁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날린 강슛이 슈퍼세이브에 막혀 튕겨나왔지만 수비수 김태윤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며 공이 흘렀다. 허범산은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밀어넣어 소중한 만회골을 터뜨렸다. 자신이 잃은 점수를 자신이 되갚은 셈.
이날 대전을 울리고 웃긴 허범산은 2012 K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서 대전에 입단한 '검증된 유망주'다. 재현중, 재현고를 거쳐 우석대를 졸업한 허범산은 2011년 우석대가 U리그 호남권역에서 무패 신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주역이었다.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던 허범산은 유상철 감독이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어놨던 재목. 왼발잡이로서의 장점은 물론, 대학 시절 플레이메이커로 중원을 휘어잡으며 활약했을 만큼 미드필더로서 범위가 넓고 작전 수행력이 좋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허범산을)1순위로 뽑았던 이유는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학 졸업과 동시에 프로에 입문하고 바로 실전에 투입되다보니 아직 긴장해 있다. 의욕은 앞서는데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허범산의 플레이를 설명했다.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한 유 감독의 신뢰에 부응할 수 있을지, 허범산이 대전에서 만들어 갈 중원의 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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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