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김희선 인턴기자] 예고된 사태였다. 생각보다 일찍 터졌을 뿐이지 누구나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불안을 예감하고 있었다.
지난 24일 숭의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라운드 경기에서 홈팀 인천이 대전에 2-1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무승의 늪에 빠져있던 양 팀의 대결은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최하위 팀의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단두대 매치'라는 별명과 함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전반 내내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다 후반 들어 인천이 2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키자 경기장의 분위기는 금세 뜨거워졌다.

그리고 결국 사건이 터졌다. 인천의 마스코트인 '유티'가 대전 서포터 앞에서 도발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승리의 기쁨이 가득한 제스처였다. 대전 서포터는 이런 도발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가까운 경기장의 특성을 십분 이용한 대전 서포터는 그라운드에 난입해 유티를 폭행했다. 보안요원은 물론 대전 선수들까지 나서 말릴 정도였다.
사태는 금세 커졌다. 경기장에서 일어난 자극적인 폭력사태에 인천 서포터가 원정 응원석으로 몰려들었다. 곳곳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 초로의 대전 서포터 한 명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험악한 욕설만 들었을 뿐이다.
30여 분이 지나고 나서야 사태는 간신히 수습됐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인천 마스코트 폭행사건'과 '대전 서포터즈'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K리그 팬의 소양을 비판하는 글들이 밤새 각 커뮤니티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며 전용구장이 K리그에 과분하다는 격렬한 주장까지 나왔다. 팀에 대한 비뚤어진 애정과 군중심리에서 발단한 서포터의 행동과 구단의 미흡한 대처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천 홈 개막전이었던 지난 11일 수원전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발권 문제부터 시작해 불만이 가득했던 양 팀 팬은 경기장 밖에서 '장외 섭팅(서포팅)' 논란으로 충돌했다. 경기 후에는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잔디 위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노인들을 안전 관리 요원으로 고용했지만 얼마나 비현실적 발상인지 알려주는 일이었다.
홈에서 가진 두 경기 모두 과격한 사태로 얼룩지면서 인천 구단 측의 대응에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가까운 전용구장을 처음으로 운영해 보기 때문일까, 인천 구단은 제대로 된 운영과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흥분한 관중을 통제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원정 응원석에 펜스나 철조망을 세울까 고민 중이다"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도 문제다. 인천 구단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2경기 연속 그라운드 난입 사태가 일어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조망을 세우겠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겨우 2경기 만에 기껏 지어놓은 전용구장에 철조망을 세울까 고민 중이라는 의견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될 수 있다. 철조망 이전에 조금 더 효과적인 통제 및 대처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 서포터들의 과격 행태는 좋은 구장에서 경기를 즐기던 다른 팬까지 '몰지각한 축구팬'으로 묶여 욕을 먹게 만들었다. 개막전부터 지적된 구단의 부적절한 대처는 앞으로도 또 다른 사고가 벌어질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철조망은 최선이자 최악의 대처 방법이다. 숭의전용구장에 들어서는 철조망은 K리그 자존심에 상처로 남을 것이며 성숙하지 못한 K리그 팬의 한계, 미숙한 구단의 운영을 증명하는 증거로 남을 것이다. 철조망을 세우는 것도, 피하는 것도 결국 스스로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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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